4시간50분 우중 혈투, 두산 울린 李 한 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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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6일 잠실 두산전에서 연장 10회 초 결승 투런홈런을 친 뒤 환하게 웃으며 베이스를 도는 이승엽(오른쪽)과 엄지를 치켜세운 김재걸 3루코치. [김민규 기자]

6일 잠실 두산전에서 연장 10회 초 결승 투런홈런을 친 뒤 환하게 웃으며 베이스를 도는 이승엽(오른쪽)과 엄지를 치켜세운 김재걸 3루코치. [김민규 기자]

가뭄에 단비가 내린 6일 서울 잠실구장 두산-삼성전 연장 10회 초. 두 팀이 10-10으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1사 주자 1루에서 삼성 이승엽(41)이 세찬 비를 맞으며 타석에 등장했다. 담담한 표정의 이승엽은 마운드 쪽을 슬쩍 쳐다본 뒤 부드러운 손목 스윙으로 두산 마무리 투수 이용찬의 포크볼을 툭 쳤다. 쭉쭉 뻗어 나간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결승 투런홈런. 삼성은 4시간 50분간의 우중 혈투에서 두산을 12-10으로 이겼다. 이승엽은 6타수 3안타(1홈런)·4타점으로 활약했다.

삼성 ‘약속의 10회’ 만든 라이언킹 #잠실전 결승 홈런 등 3안타 4타점 #역전·동점·재역전 난타전 승리 주역 #5월 이후 15승, 삼성 반전 이끌어 #“은퇴 시즌, 후배들과 가을야구 할 것”

프로야구 최하위 삼성이 사자왕의 위용을 회복하고 있다. 그 중심은 역시 ‘라이언 킹’ 이승엽이다. 삼성은 2002년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시작으로 7차례나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통합 우승했다. 명실공히 21세기 최강팀이었다. 그러나 ‘저비용 고효율’을 선택한 지난해부터 삼성의 전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올 시즌 개막과 함께 순위는 곤두박질쳤고 아직도 10개 팀 중 10위다.

삼성 선수들은 축 처진 갈기처럼 축 처져 있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최고참 이승엽의 심경은 참담했다. 그는 “내 성적은 중요치 않다. 마지막으로 후배들과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래서 후배들 사기 진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포스트 이승엽’으로 불리는 구자욱을 위해 그는 직접 일본야구 동영상을 뒤져 후배에게 맞는 스윙 장면을 찾아냈다. 이를 따라 한 구자욱은 2할대 타율을 3할대로 끌어올렸고, 타점 2위(42개)까지 올랐다.

이승엽은 외국인 동료에 대한 배려도 특급이다. 지난달 2일 대구 두산전에서 개인 통산 최다 득점(1300득점) 신기록을 수립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기 홈런을 친 러프의 활약이 빛바래선 안 된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날 이후 러프는 맹활약 중이며, 특히 5월만 보면 타율 0.330, 7홈런으로 삼성의 4번타자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도 반전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4월까지 4승(2무20패)에 그쳤지만 6일 현재 19승(2무35패)이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예전의 끈질긴 모습을 되찾았다. 이날은 오후 1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5회를 넘어서자 제법 빗줄기가 굵어졌다. 유독 삼성 선수들은 수비 도중 미끄러져 타구를 놓쳤고, 실점까지 이어져 6회까지 두산에 4-7로 뒤졌다. 하지만 8회 6점을 뽑아 10-7로 역전했고, 헐거운 뒷문 탓에 다시 3점을 내줬지만 승리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승엽은 경기 후 “올 시즌 팀에 큰 힘이 되지 못해 후배들과 팬들에게 미안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팀에 승리를 가져다 주는 한 방을 쳐 기분이 좋다. 이 기분을 오래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에서는 SK가 이재원의 끝내기 안타로 넥센을 6-5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SK는 5-5로 맞선 9회 말 김동엽이 안타를 치고 1루로 나간 뒤 주자를 노수광으로 교체했다. 노수광은 1사 후 2루를 훔쳤고, 이어 넥센 포수 주효상의 악송구를 틈타 3루까지 갔다. 그리고 이재원이 좌중간을 가르는 끝내기 적시타를 날렸다. SK는 한동민의 3회 투런포(시즌 17호)로 12경기 연속 팀 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9개 구단을 모두 상대로 홈런을 친 한동민은 홈런 1위 최정(18개)에 1개 차로 따라 붙었다. 광주(한화-KIA)·수원(LG-kt) 경기는 비로 연기됐다.

◆프로야구 전적(6일)

▶넥센 5-6 SK ▶롯데 5-4 NC
▶삼성 12-10 두산(연장 10회)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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