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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식 전자담배가 뭐길래 … 홈피까지 한때 다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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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연내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BAT의 '가열담배' 글로 [사진 BAT코리아]

연내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BAT의 '가열담배' 글로 [사진 BAT코리아]

“예약 신청하셨나요? 물량이 달려 예약한 분에게만 팝니다.”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관심 집중 #경쟁사 BAT도 사천에 공장 완공 #“발암물질 획기적 감소 검증 필요” #일반 담배보다 낮은 세율도 논란

5일 오후 서울의 한 CU 편의점 점주 A씨는 ‘제품을 사겠다’는 고객을 돌려보내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한 고객은 “5일부터 판다고 해놓고, 물건이 없다니 말이 되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CU가 서울 지역 2000여 개 점포에서 판매를 시작한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가 낳은 진풍경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이른바 ‘가열담배’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가열담배는 말 그대로 담배를 태우는 것이 아니라 가열하는(찜) 방식이다. 충전식 가열장치에 전용 담배를 꽂아서 사용한다. 출시된 지 2년 남짓이지만 이웃 일본을 중심으로 무섭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가열담배의 원조 격인 아이코스는 필립모리스가 2015년 9월 일본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다. 현재 세계 25개국에서 200만 명 이상이 사용 중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지난해에만 300만 개가 팔려 전체 담배 시장의 8.8%를 점유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경쟁사인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도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글로(glo)란 가열담배를 선보였고, 출시 6개월 만에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안에 일본 전국은 물론 한국으로 판매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실제로 BAT 코리아는 이날 사천공장 제2, 3공장 증축을 완공했다고 밝혔다. 증축된 공장은 글로의 전용 담배인 ‘네오스틱’ 생산을 담당하는 시설이다. 일반 담배처럼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인 만큼 글로 출시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외산 담배들의 공세에 KT&G 역시 가열 담배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이처럼 업체들이 앞다퉈 가열담배 개발과 출시에 나서는 이유는 낮은 유해성에 대한 관심 덕분이다. 연소를 가열 방식으로 바꾸면서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연기와 냄새가 없거나 훨씬 적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의 경우, 일반 담배와 비교할 때 연소 과정의 유해물질 중 90% 가까이 줄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주가는 전일보다 1.91% 오른 13만3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아이코스 판매 사실이 발표된 지난달 17일 이후로는 7.6%나 올랐다.

아이코스 제조사인 한국필립모리스에 따르면 온라인 판매처인 홈페이지도 이날 한때 다운됐다.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 가입을 하는 구매자는 14만원인 아이코스 단말기를 2만3000원 할인해 주는 특별구매 코드를 받을 수 있어 이용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열담배가 덜 해롭다는 업체들의 주장에 대해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홍관(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연소 과정을 없앴기 때문에 발암물질이 줄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얼마나 덜 해로운지에 대한 과학적 성분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 해도 몸에 해롭지 않은 것이 아니라 ‘덜 해롭다’는 것이고, 어디까지나 담배이기 때문에 금연 보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가열담배에 대한 세금 적용 부분도 논란거리다. 액상 전자담배와 달리 일반 담배와 비슷한 전용 담배임에도 전자담배로 분류되면서 한 갑당 일반 담배(75%)보다 낮은 60%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현재 개별소비세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가격 변동 가능성은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신종 궐련형 전자담배에 기존 전자담배처럼 g당 51원(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부과하자는 안과 일반 궐련형 담배와 같이 20개비당 594원(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을 매기자는 안이 상충하고 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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