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인턴' 공공기관 일배우며 학점도 받고 10개월간 120만원씩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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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대구대에서 열린 '경상북도 청년일자리 만들기' 행사.[사진 대구대]

5일 대구대에서 열린 '경상북도 청년일자리 만들기' 행사.[사진 대구대]

경북지역 4년제 대학 3학년생인 A씨는 학교 대신 안동 경북도립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씩 도서관에서 사서 업무를 한다. A씨는 월급 120만원을 받는다. 학교 대신 도서관에서 일을 하지만 학교에서 학점까지 관리해 준다. 공공기관 업무 체험이 전공 수업, 취업 준비와 연관된다는 점을 학교에서 인정해서다. 근로 능력을 쌓으면서 학비를 벌고 취업 적성까지 가늠해볼 수 있는 '꿈의 일자리'다. 이런 일자리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경북지역 대학생 및 졸업생 대상으로 #1300명 모집, 10개월간 일할 기회 제공 #지역 대학생들 용돈 벌고 학점도 취득 #취업 적성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도 하반기 시행 예정 #아이템만 좋으면 3년간 매년 3000만원 지원

경북도가 도내 23개 시·군, 경북지역 36개 대학과 손을 잡고 현실로 만들었다. 5일 대구대학교서 열린 '경북도 청년 일자리 만들기 청(靑)·학(學)·관(官) 협력 선언'을 통해서다.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지자체와 대학이 협약에 나선 것은 전국 첫 사례다.

5일 대구대에서 열린 '경상북도 청년일자리 만들기' 행사.[사진 대구대]

5일 대구대에서 열린 '경상북도 청년일자리 만들기' 행사.[사진 대구대]

경북도 청년 일자리 만들기 청·학·관 협력 선언은 대학생 같은 취업을 준비 하는 청년들에게 현장실습의 기회와 학비를 지원하고 학사관리 편의까지 제공하는 실험적인 일자리 정책이다.

이날 선언을 계기로 경북도와 도내 지자체들, 대학들은 오는 9월까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청년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확정한다. 10월 전에 공모를 통해 청년들에게 첫 일자리를 제공한다.

일자리 제공 대상은 지역 대학에 다니거나 졸업한 15~29세 청년이다. 이들은 서류 전형과 간단한 면접을 거쳐 10개월간 주 4일, 하루 8시간씩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는다.

일자리는 모두 공공기관이다. 지자체 산하 출자·출연기관과 공공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각종 기념관, 문화예술회관 등이다. 경북도가 현재 확보한 근무처만 1300곳 넘는다.

지자체들은 우선 1300여 명을 뽑아 월 123만원씩 지급할 방침이다. 단순 계산으론 편의점 알바 시급이 65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시간당 1만원에 육박하는 일자리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예산 160억원을 투입한다.

단, 10개월간 일한 청년은 다른 청년에게 기회를 주고 일터를 떠나야 한다. 익명의 한 대학 교직원은 "취지는 좋지만 아무리 열심히 잘 해도 자리를 비켜줘야 하기 때문에 취업 전 청년들이 직장을 잃는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23일 인제대 김해캠퍼스 학생회관 앞바당에서 취업 페스티벌이 열렸다. 송봉근 기자 

지난달 23일 인제대 김해캠퍼스 학생회관 앞바당에서 취업 페스티벌이 열렸다. 송봉근 기자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청년 실업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지만,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맞아 해결의 기미가 쉽게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청년정책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 말했다.

5일 오후 2시 대구대학교 17층 스카이라운지에서 열린 선언식에선 도지사와 각 대학 총장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학생들의 다양한 노래 공연과 한국고용정보원 취업 전문가의 특강이 이어졌다.

이와 별도로 경북도는 도청 청년취업과를 청년일자리총괄정책관으로 확대 개편하고 다양한 청년 일자리 사업을 진행한다.

경상북도 대학생 공공기관 직무체험일자리사업 체계도. [사진 경북도]

경상북도 대학생 공공기관 직무체험일자리사업 체계도. [사진 경북도]

대표적인 사업이 하반기 사업 설계에 들어가는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다. 이 사업은 도시의 청년들이 농촌으로 들어와 지역 자원을 활용해 창업하면 사업 아이템, 계획을 평가해 3년간 매년 3000만원을 도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농촌에 우수한 젊은 인재를 끌어모으고,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는게 경북도의 복안. 도는 2030년까지 2380명의 도시 청년을 유치하는게 목표다.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는 일본 정부가 2009년부터 추진 중인 ‘지역부흥협력대’를 벤치마킹했다. 일본의 경우 현재 444개 지자체에서 1511명의 도시 청년이 시골에 정착해 창업 등을 했다.

한편, 경북도는 새 정부의 일자리정책과 연계해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를 포함한 청년일자리 7대 중점시책도 따로 선정해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청년창업진흥특구 지정 ▶청년기업의 육성을 위한 청년기업인증제 ▶실패한 청년들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사업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한 해외취업 역량강화 등이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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