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쿵" 분노 유발자 층간소음…이웃 간 주먹다짐에 살인까지

중앙일보

입력

층간소음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쿵쿵거리는 소리에 화가 난 나머지 이웃 간 주먹다짐에 살인까지 벌어진다.

지난달 강원 춘천서 50대 위층올라가 이웃 살해하고 부상입혀 #상담 신청 연간 2만건…"관리사무소나 제3자 도움 얻어야"

지난달 29일 강원 춘천에서 다세대 주택 2층에 사는 A씨(61)를 살해하고 이를 말리던 그의 아버지(89)에게 중상을 입힌 이모(50)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한 달 전 건물 1층으로 이사를 온 이씨는 위층에 마련된 신당에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층간소음 문제로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경찰에서 "평소 층간소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오던 중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경북 포항의 한 빌라에서는 위층에 사는 이웃이 층간소음을 문제 삼는다는 이유로 그를 찾아가 목을 조르고 흉기를 휘두른 중국 교포 B씨(43)와 한국인 여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지난 4월 광주광역시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윗집 이웃의 차량을 수차례 걷어찬 혐의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7월 경기 하남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위층 60대 노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아내를 숨지게 하고 남편에겐 중상을 입힌 30대가 구속됐다.

층간소음을 중재해 달라는 상담은 한 해 2만 건 정도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3월까지 접수된 상담신청 건수는 9만2959건이다. 2012년 8795건에서 2013년 1만8524건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이후 매년 2만 건가량 접수되고 있다. 하루 평균 74건 꼴이다.

이 중 정도가 심해 현장진단을 요구한 사례는 2만3444건(25.2%)이다. 층간소음 상담 4건 중 1건은 중재가 필요할 정도로 갈등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층간소음 원인은 아이들 뜀·발걸음이 71.9%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망치질(3.9%), 가구 옮길 때 나는 소리(3.3%), 가전제품(3.1%), 악기(1.9%) 등이다.

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려고 하면 이견을 좁히기가 어렵다”며 “갈등이 깊어지지 않도록 관리사무소나 지자체 이웃사이센터 등 제삼자의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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