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여경의 재치- 근무 중 연기 냄새 맡고 인근 원룸 화재 진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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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에 근무하던 새내기 여경이 뭔가 타는 냄새를 맡고 화재 현장에 달려가 10분 만에 불을 끄는 기지를 발휘해 화제다.

부산 못골파출소 여정빈 순경, 이승태 경사 원룸 불 10분 만에 진압 #"뭔가 타는 냄새 나는 것 같다"고 느낀 여 순경 화재현장 확인 끝에 #

소화기를 들고 원룸 화재진압을 위해 뛰어가는 여정빈 순경이 찍힌 CCTV 화면.[사진 부산지방경찰청]

소화기를 들고 원룸 화재진압을 위해 뛰어가는 여정빈 순경이 찍힌 CCTV 화면.[사진 부산지방경찰청]

주인공은 지난해 1월 임용돼 부산 남부경찰서 못골파출소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여정빈(34·여)순경. 여 순경은 근무 중이던 지난 2일 오후 3시 10분쯤 뭔가 타는 냄새가 나서 파출소 밖으로 나왔다. 확인해보니 파출소 뒤편의 원룸 2층 창문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급히 현장에 달려간 여 순경은 원룸 2층 복도 끝의 A씨 현관문 사이로 연기가 나오고 복도에 연기가 자욱해지는 걸 발견했다. 원룸 현관문은 반뼘 정도 열려있었다. 여 순경은 화재현장에서 소화기를 찾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뭔가 타는 냄새를 맡고 원룸 화재를 진압한 못골파출소 여정빈(왼쪽)순경과 이승태 경사.[사진 부산지방경찰청]

뭔가 타는 냄새를 맡고 원룸 화재를 진압한 못골파출소 여정빈(왼쪽)순경과 이승태 경사.[사진 부산지방경찰청]

여 순경은 곧바로 파출소로 달려가 “소화기, 소화기”를 외쳤다. 파출소 동료 이승태(46) 경사가 급히 소화기 2개를 챙겼고, 여 순경과 함께 원룸으로 뛰었다. 이 경사는 원룸에 도착해 호루라기를 불며 원룸 세입자가 대피할 수 있게 유도했다.

두 경찰이 원룸의 문을 열자 입구 부엌 쪽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방안에는 연기가 자욱했다. 두 경찰은 위험을 무릅쓰고 소화기를 쏘아댔고, 10분 만에 불을 껐다. 하지만 이미 원룸의 천장과 벽 등은 타거나 시커멓게 그을린 뒤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평일이라 원룸 건물에 사람이 거의 없었고, 원룸 주인도 잠시 담배를 피우러 1층에 내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까맣게 불탄 원룸 내부 모습.[사진 부산지방경찰청]

새까맣게 불탄 원룸 내부 모습.[사진 부산지방경찰청]

경찰은 원룸 주인의 진술에 따라 평소 사용하지 않던 주방 인덕션이 켜지면서 인덕션 위에 있던 인화물질에 불이 붙은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관할 소방서는 초기에 화재를 진압한 두 경찰에게 표창장을 줄 계획이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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