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웨인 존슨보다 굵다는 영등포역파출소 경찰관 직접 만나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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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할리우드 배우 드웨인 존슨(46·왼쪽)과 박성용(36·오른쪽) 영등포역파출소 경사.

미국 할리우드 배우 드웨인 존슨(46·왼쪽)과 박성용(36·오른쪽) 영등포역파출소 경사.

“따르릉”
“OOO 기자님 되시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굵은 남성의 목소리.

“어...디신가요...?”
“영등포파출소 박성용 경사입니다.”

지난 29일 보도된 본지 기사[사진 카카오]

지난 29일 보도된 본지 기사[사진 카카오]

지난달 29일 저는 ‘드웨인 존슨보다 굵다는 영등포역파출소 경찰관’(http:www.joongang.co.kr/article/21618678)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사실 기사는 박성용(36) 경사에 사전 허락을 구하고 쓴 게 아니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돌아다니다 박 경사 사진이 눈에 들어와 기사를 쓰게 된 겁니다. 박 경사도 공개된 계정으로 사진을 올렸으니 직접 항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박성용 경사가 2015년 MBC 프로그램 '경찰청 사람들'에 출연할 당시 모습과 최근 댓글 캡처[사진 MBC 등]

박성용 경사가 2015년 MBC 프로그램 '경찰청 사람들'에 출연할 당시 모습과 최근 댓글 캡처[사진 MBC 등]

 하지만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박 경사의 ‘과거’를 지적하는 댓글이 종종 눈에 띄더군요. 2015년 방송에도 출연하며 ‘잘’ 나갔던 박 경사. 하지만 갑자기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모습을 감추게 됩니다.

“대방동으로 오시죠. 할 말이 있습니다.”

박 경사는 저를 만나자고 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대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경사는 남부지검 직인이 찍힌 공문을 가져왔습니다. 서류에는 ‘혐의 없음’이라는 네 글자가 찍혀 있었습니다. 2016년 8월 서울 남부지검이 최종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박성용 경사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딸 출산 소식을 알리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박성용 경사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딸 출산 소식을 알리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그동안 무혐의 처분 사실을 왜 밖으로 알리지 않았나요”
“당시 아내가 임신 중이었습니다. 행여 태교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봐 알리지 않았어요. 지금이라도 이번 기회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박성용 경사 인스타그램[사진 인스타그램]

박성용 경사 인스타그램[사진 인스타그램]

 과거 사건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보다도 박 경사가 어떻게 저런 몸을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더군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30분까지 진행된 인터뷰 중에 박 경사는 쇼핑백에서 꺼낸 걸쭉한 음료수를 마셨습니다. 닭 가슴살 200g에 바나나 한 개, 단백질 보충제 한 스푼을 물과 함께 갈아 만든 거라고 했습니다. 이 음료수 한 병을 4시간 마다 한 번씩, 하루 5~6번 먹는다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6일은 이런 음료수 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하네요. 물론 종합비타민과 오메가3, 간 보호제는 챙겨 먹는다고 했습니다.

[사진 인스타그램]

[사진 인스타그램]

 일과 운동은 어떻게 병행할까. 박 경사는 출근하기 전 시간을 이용한다고 했습니다. 365일 쉬지 않고 헬스장에 가는데요. 비시즌 기간(보디빌딩 외부 대회가 없는 기간)에는 하루에 최소 2시간씩은 운동을 합니다. 출근하는 날은 오전 4시 30분에도 헬스장을 찾는다고 하네요.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말은 다 핑계”라고 강조하더군요. 프로그램은 유산소 운동 30분, 복근 운동 30분, 웨이트(바벨 들어올리기) 1시간으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시즌 기간에는 시간을 쪼개서 하루 5시간 운동을 소화해 낸다고 합니다.

[사진 인스타그램]

[사진 인스타그램]

 또 한 가지 팁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것. 순경 막내 시절에는 회식에 가서 술을 조금 마셨지만, 이제는 선배들이 다 알고 술을 권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초등학생 때는 육상, 중학생 때는 농구로 운동을 꾸준히 해 온 박 경사는 20세부터 본격적으로 보디빌딩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트레이너 생활을 하면서 1년 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2008년 경찰이 됐다고 합니다.

 경찰이 된 뒤 2009~2012년 연속 4년 간 지역경찰 강·절도범 검거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죠. 2008년 순경으로 입사한 박 경사는 2010년 경장, 2012년 경사로 2계급 특별승진을 합니다. 보통 11년 지나야 단다는 ‘경사’ 계급을 4년 만에 달았죠. 박 경사는 “보디빌딩이 범인 검거에 ‘엄청난’ 도움을 준다”고 귀띔했습니다.

[사진 인스타그램]

[사진 인스타그램]

 마지막으로 그의 팔뚝을 직접 재봤습니다. 지난 기사를 보고 ‘직접 재보지도 않고 어떻게 드웨인 존슨보다 팔뚝이 굵다고 하느냐’는 지적을 하는 독자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상에는 할리우드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의 키는 195cm, 몸무게는 118kg, 팔뚝 크기는 20인치(50.8㎝)로 표기돼있습니다. 박 경사는 키 178cm에 몸무게 85kg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날 직접 재 본 팔뚝 크기는 19인치(48.26㎝). 박 경사는 “한창 운동할 때는 20인치를 찍었는데…”라며 아쉬워하더군요.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나왔던 박 경사에 운동 노하우를 물어보니 밝아지는 눈빛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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