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실을 경찰청 산하로 옮기겠다는 대통령 공약 '보류'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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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는 31일 대통령 직속의 경호실 대신 경호처를 신설하고, 차관급 조직으로 위상을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범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정치ㆍ행정분과 위원장. [중앙포토]

박범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정치ㆍ행정분과 위원장. [중앙포토]

이날 국정기획위 박범계 정치ㆍ행정분과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브리핑에서 “정치·행정분과의 심도 깊은 논의와 의견 청취 끝에 현재 장관급 조직인 대통령 경호실은 (경호실장을) 차관급으로 직급을 낮추고, 별도의 경호 전문 경호처를 신설하는 방안이 가장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과위의 결론은 운영위원회(전체회의)에 보고됐고, 김진표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이렇게 합의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선진국 대부분은 대통령 직속 경호실이 없다”며 “우리도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위상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공약했다. 결국 국정기획위의 이날 발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는 다른 결론이었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은 “대통령 직속의 경호실 폐지와 경찰청 산하 경호국으로의 위상 조정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 청사로 옮기는) ‘광화문 시대’ 공약과 연계되어 있는데 아직 이 공약은 인적, 물적 토대가 마련돼있지 못하다”며 “경찰청 경호국으로의 이관 공약은 이번 개편에선 보류하고, 향후 ‘광화문 시대’ 공약 추진과 함께 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공약을 폐기하는 게 아니라 ‘보류’한다는 설명이었다.

박 위원장은 이어 “대통령과 ‘셀카’를 찍으며 즐거워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일상화됐다”며 “‘열린 경호’와 ‘낮은 경호’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섬기겠다는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고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는 이른바 ‘광화문 시대’ 공약과 관련해선 “경호 문제 등 때문에 실제 추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또 광화문 일대가 엄격한 통제와 관리가 불가피한 특정경비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청사 출입 공무원과 민원인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촛불집회의 무대였던 광화문 광장의 활용도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로 옮기겠다는 공약이 보류된 데 대해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집권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어려움을 미리 예상도 하지 못했느냐”며 “‘선거 공약 따로, 실제 집행 따로’식 국정운영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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