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기 왕위전] 지옥의 고통 속에서도 역전을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2국
[제8보 (134~163)]
白.도전자 曺薰鉉 9단 | 黑.왕위 李昌鎬 9단

134로 파고든 수는 曺9단의 놀라운 상상력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수는 절박하기 그지없다.

비좁은 곳이라서 제아무리 좋은 수를 두어도 한두집 건지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수를 기어이 찾아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살림살이가 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134에 '참고도1'처럼 강하게 두는 것은 백2, 4를 당해 분란이 생긴다. 검토실의 분석에 따르면 흑은 반면 10집은 널널하게 남는다고 한다. 따라서 중앙에서만 백집이 커지지 않게 견제하면 이긴다.

그러나 李9단은 135로 물러서는 수에서도 쥐어짜듯 장고를 거듭한다. 잡은 승부를 놓치지 않겠다는 李9단의 확연한 결의를 느낄 수 있다.한 프로기사와의 대화.

-이 바둑은 백이 계속 고생고생하며 추격하다가 몇집 지는 바둑인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이창호를 상대로 이런 바둑을 역전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그래도 曺9단의 투혼은 대단하군요. 아마도 끝끝내 싸우겠죠.

"사실 과거의 김인9단이라면 134를 두기 전에 던져버렸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나 그런 식으로 승부를 낭만적으로 생각했다면 오늘의 曺9단은 없었겠죠. 曺9단의 바둑인생은 수많은 기적 같은 역전승으로 점철되어 있거든요."

曺9단의 사전에 '포기'란 없다. 바로 그런 집념과 투혼 때문에 그는 50대에도 젊은 기사들 틈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바둑도 길고 긴 종반의 터널로 들어섰다.

曺9단은 지옥의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역전의 틈새를 노리고 李9단은 승리를 지켜내기 위해 추호의 방심도 없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

142와 160은 큰 곳이지만 151과 163으로 중앙 석점을 잡아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162를 손빼면 '참고도2'처럼 끔찍한 일을 당한다.(158=△의 곳)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