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뚱, 갸우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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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류현진(30· LA 다저스)이 위기다. 기나긴 재활의 터널에서 빠져나왔지만 그의 앞엔 큰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 선발 자리를 내주고 불펜 투수로 보직이동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 경우에 따라선 다저스를 떠날 각오까지 해야 할 상황이다. 그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다저스에 믿음 못 주는 류현진 #부상 회복 됐지만 성적 들쭉날쭉 #로버츠 감독, 구원투수 활용 검토 #트레이드가 좋지만 가능성 낮아 #빨리 예전 구위 되찾아 신뢰 줘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켄 거닉 기자는 2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류현진을 구원투수로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언제 (선발로) 등판할 지 알 수 없다. 구단은 그를 롱릴리프(선발투수가 일찍 물러났을 때 긴 이닝을 던지는 구원투수)로 돌리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저스의 선발진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이달에는 7명이 선발투수로 나섰기 때문에 2명을 정리해야 한다. 다저스는 지난 22일 특급 유망주 훌리오 유리아스(21)를 마이너리그(오클라호마시티)로 내려보냈다. 이번엔 류현진을 두 번째 정리 대상으로 선택한 분위기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로버츠 감독의 투수 운영을 보면 류현진의 불펜 이동이 장기적인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상황이 조금만 변해도 류현진이 선발로 돌아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경쟁에서 콜로라도·애리조나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로버츠 감독이 불안정한 5인 로테이션을 시즌 끝까지 그대로 유지할 것 같진 않다.

지난 1일 필라델피아전에서 5와 3분의 1이닝을 던져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둔 류현진은 12일 콜로라도전에서 4이닝 10실점(5자책)으로 부진했다. 19일 마이애미전에서는 5이닝 2실점으로 간신히 2승째를 거뒀다. 시즌 성적은 2승5패, 평균자책점은 4.75이다.

다저스 1~3선발인 클레이턴 커쇼(7승2패·2.01), 알렉스 우드(5승0패·1.88), 브랜던 매카시(7승4패·3.76)는 매우 견고한 편이다. 하지만 선발진에 잔류한 마에다 겐타(3승2패·5.03)와 리치 힐(1승2패·4.76)이 류현진보다 낫다고 보기는 어렵다.

차명석 MBC플러스해설위원은 “다저스엔 왼손 투수가 워낙 많다. 선발 7명 중 류현진을 포함해 5명이 왼손 투수다. 내가 감독이라해도 (마운드의 다양성을 위해) 5명 중 2명은 오른손 투수로 채우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겐타는 오른손 투수 프리미엄이 있고, 힐은 왼손 투수지만 연봉이 1267만 달러나 돼 류현진(783만 달러)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는 상황이다.

류현진은 25일 로버츠 감독과의 면담에서 “팀을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왼쪽 어깨 수술을 받고 복귀한 류현진의 올 시즌 직구 스피드는 시속 140㎞ 초반에 그치고 있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꾸준히 선발로 던지는 게 구위 회복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2013년 계약 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갖고 있는 류현진은 ‘마이너리그 선발’이 아닌 ‘메이저리그 불펜’을 선택한 모양새다.

류현진이 불펜 투수로 나선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등판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롱릴리프는 어깨 수술을 받은 지 2년도 되지 않은 류현진에겐 무척 부담스러운 역할이다.

송재우 위원은 “류현진으로서는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8월 1일이다. 선발진이 약한 팀이라면 류현진이 3~4선발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시즌 중 트레이드 가능성은 크지 않다. 송 위원은 “다저스가 류현진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 다저스의 4~5선발도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류현진을 포함한 다른 투수들을 팀에 두고 싶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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