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전 의원 1억 배상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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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는 한나라당과 윤여준(67) 전 의원이 "2002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미래도시환경 최규선 대표에게서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허위 사실을 주장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설훈(53) 전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0일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설씨가 한나라당에 8000만원, 윤 전 의원에게 2000만원 등 모두 1억원을 배상토록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설씨가 자신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사도 하지 않은 채 근거가 부족한 내용을 공개한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며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는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없고, 진실한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근거가 부족한 의혹의 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오도하는 등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씨 주장의 공익성 여부와 관련, 재판부는 "설씨가 기자회견 내용이 허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도 소속 정당의 절박한 정치적 필요에 의해 성급하게 언론에 폭로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공익 차원의 행위라는 이유로 책임을 면제해 달라는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이회창 총재가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점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의 정당활동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한 점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설씨는 2002년 4월 기자회견을 자청, "최규선씨가 2001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측근인 윤 의원에게 '이 총재의 방미 활동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며 2억5000만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설씨는 명예훼손.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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