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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임용 싸고 투명성 논란 … 소송 휘말린 서울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서울대의 전임교수 임용을 둘러싼 분쟁이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임용 탈락자 측에서는 총장이 학칙에 근거가 없는 ‘본부 임용심사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부당하게 인사에 개입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대 전임교수 임용 탈락한 조교수 #“총장이 학칙에 없는 자문기구 내세워” #학교 측 “총장 의견 반영 절차 필요”

이 학교 의대 정신과 홍모(43) 진료 조교수는 2015년 2학기와 2016년 1학기 두 차례의 심사에서 전임교수로 임용이 안 되자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법에 조정 신청을 냈다. “단과대(의대) 인사위원회의 인준을 받았지만, 본부 인사위원회에 회부조차 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은 “임용을 거부할 이유가 발견되지 않는다. 학교는 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조정안을 내놨다. 이에 학교 측이 15일 “조정 때 설명이 부족했다”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이 사건은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게 됐다.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신규 전임교수 공채는 ‘단과대 인사위원회 심의→총장의 채용 후보자 선정→본부 인사위원회의 심의 및 결정’ 절차를 밟는다.

홍 교수의 경우 둘째 단계인 총장의 채용 후보자 선정을 통과하지 못했다. 대학본부 측은 “해당 교수 임용을 둘러싸고 의대 정신과 안의 분쟁이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했다. 이런 내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임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2015년에 비슷한 이유로 다른 단과대에서 추천한 후보자의 임용을 거부했고, 단과대가 이를 수용한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본부 측은 이번 임용 건을 본부 인사위원회에 상정하지 않은 것은 ‘본부 임용심사위원회’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 조교수 측은 “단과대의 정당한 인준을 거쳤음에도 학칙에 없는 기구를 이용해 인사위원회 상정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확인 결과 이 학교 학칙에 임용심사위원회 설치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한 보직 교수는 이 위원회에 대해 “총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 7~8명이 모여 단과대의 결정을 견제하고 후보자에 대한 심층 검증을 대신하는 기구로, 2003년부터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홍 조교수 임용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임용심사위의 존재는 교수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학교의 한 교수는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교수가 본부에 임용심사위라는 게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대학본부 측은 “임명권자(총장)의 의견을 교수 임용에 반영하는 절차는 필요하다”며 “게다가 임용심사위는 총장 개인의 의견 반영 창구가 아니라 집단 지성이 발휘되는 곳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기구를 학칙에 명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과대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내에선 이번 사건에 대해 “교수 임용과 관련해 교수들 사이에서 누적돼 온 불만이 터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대의 교수 임명권자는 2012년 법인화 이후 교육부 장관에서 총장으로 바뀌었다. 인문대의 한 교수는 “법인화 이후 총장들의 인사 개입 시도가 많아졌다는 인식이 교수 사회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장급 교수는 “성낙인 총장이 인사에 관심이 많아 다소 과도하게 의견을 관철시키려다 논란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부인 김미경씨가 서울대 의대 교수로 채용된 경위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졌지만 이번 일과는 경우가 다르다. 학교 측에 따르면 임용심사위는 교수 공채에서만 작동하는 기구다. 김 교수는 특채로 임용됐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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