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감찰권 이관 놓고 법무부-대검 충돌 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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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청와대와 법무부가 검찰의 내부 감찰 기능을 법무부로 넘기는 방안을 18일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이에 반대하는 검찰과의 갈등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에 대한 견제 차원을 강조하고, 검찰은 검찰 통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은 18일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만큼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외부 감찰이 필요하다"면서 "내부 감찰권을 법무부로 넘기는 방안이 법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盧武鉉)대통령도 '외부 감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文수석과는 별도로 강금실(康錦實)법무부 장관도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감찰권 이양은 지난 3월 청와대 업무보고 내용에도 포함돼 있던 개혁 과제의 하나"라며 "면밀한 검토를 거쳐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검은 지난 5월 대검차장 아래에 있는 감찰부를 검찰총장 직속기구로 격상시키고 감찰 활동을 수사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송광수(宋光洙)검찰총장도 "자체 감찰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감찰권이 법무부로 넘어갈 경우 인사권을 쥔 청와대가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도 "법무부가 인사권과 감찰권 모두를 갖는 것은 지나친 권한 집중"이라며 "감찰권이 넘어가면 검사 인사권 일부를 검찰총장에게 넘겨야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康장관의 의지가 강해 대검의 감찰 기능이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맞을 전망이어서 그 과정에서의 진통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적 감찰권 이양 추진=현재 대검 감찰부는 감찰 1, 2과로 구성돼 있다. 1과는 검사와 직원들의 비리 수집 및 조사 기능, 2과는 사건처리 및 일반 사무감사를 맡고 있다.

법무부는 이중 1과의 기능 일부를 법무부로 이관하고, 2과의 업무는 그대로 남기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찰을 담당할 조직으로 기존 법무부 감사관실을 확대 개편하는 방안과 외부 인사를 참여시킨 감찰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국에서 검토한 뒤 정책위원회에서 최종안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며 "대검의 감찰 기능을 일부 남겨두되 지휘감독 차원의 감찰 기능은 법무부가 갖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상희(韓尙熙) 건국대 법대학장은 "검사가 검사를 감찰하는 방식은 더 이상 안 된다"며 "외부 인사가 참여해 실질적인 감찰이 이뤄지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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