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86그룹’ 임종석·우상호 맑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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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대학 운동권 출신인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의 재부상이다.

대선 역할 따라 엇갈린 명암 #송영길, 악재 뚫고 당권 주자 부상 #김민석도 본격 정치 재개 길 열어 #박원순 지원했던 이인영은 흐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송영길 초대 러시아 특사, 김태년 신임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 86그룹이 당·청에서 권력의 ‘이너서클’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는 정동영·김근태 등 거물급 선배들이 건재해 2선에 머물렀지만 이번 정부에선 86그룹이 정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 86그룹도 대선 전후 행보에 따라 명암(明暗)이 엇갈리고 있다.

임종석(左), 우상호(右)

임종석(左), 우상호(右)


①임종석·우상호 ‘햇살’=임종석(사진 왼쪽) 비서실장은 86그룹 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까진 부침이 심했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으로 16대(2000년) 총선에서 등원했지만 18대(2008년) 총선 낙선에 이어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공천을 반납하고 사무총장으로 나섰으나 새누리당에 과반을 내주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지난해 총선 때는 은평을 경선에서 친문계 강병원 의원에게 패해 역시 출마도 하지 못했다. 2014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영입됐다가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 합류한 뒤 핵심 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당내에서는 “재선을 지냈지만 차세대 당 지도부급 위상으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상호(오른쪽) 의원은 대선 당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대선 승리로 야당에서 여당 원내대표로 임기를 마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 원내대표로서 여당 의원들을 설득해 대통령 탄핵안을 무리 없이 가결시킨 것도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개성이 뚜렷한 김종인·추미애 전·현직 대표와 손발을 맞추며 원내를 원만하게 이끌어 갔다. 입각 대상 또는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다.

송영길

송영길

②송영길 ‘비 온 뒤 갬’=송영길 의원은 추미애·김상곤·이종걸 후보 등과 함께 출마한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비문계 주자로 나왔다가 ‘컷오프’되는 굴욕을 맛봤다. 하지만 대선에서 전격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며 다시 입지를 다졌다. 대선 승리 후 러시아 특사로 임명되면서 차기 당권 주자 중 한 명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대본부장 임명 직후 문 대통령의 81만 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논란을 부추겼고, 지난 9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 ‘정계 은퇴’를 거론했다가 비판에 직면해 사과하기도 했다.

김민석

김민석

③김민석 ‘장마 끝나나’=김민석 전 의원은 15일 민주당 당직 개편 인사에서 당내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으로 발탁되며 본격적인 정치 재개의 신호탄을 쐈다. 당초 거론된 당 사무총장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공식 직함을 가진 당직에 복귀한 것은 2008년 최고위원 이후 9년 만이다. 추미애 대표의 신뢰가 깊어 ‘추미애호’의 ‘갑판장’이라는 평가도 얻고 있다. 86세대 가운데 가장 이르게 1996년 국회에 입성해 2002년 서울시장 후보까지 지냈지만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후보 진영에 합류해 민주당과 멀어졌다. 이번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적극 도왔다. 하지만 최근 인선 과정에서도 당내 거부 정서가 아직 남아 있음이 재확인됐다.

이인영

이인영

④보이지 않는 이인영 ‘흐림’=이인영 의원은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으로 한때 86그룹의 선두주자였으나 이번 대선에선 무대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측면 지원했으나 박 시장의 불출마로 설 자리를 잃었다. 당내에선 “친문계도 아닌 데다 추미애 대표와도 가깝지 않아 자력이 아니면 당분간 정치적 공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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