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 신형 미사일 발사 영상 보니…미사일 너무 길어 이런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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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4일 새벽 평북 구성시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미사일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했다. 지난달 15일 북한의 열병식에 공개된 바 있는 이 미사일을 군 당국은 KN-08의 개량형으로 추정했었다. 열병식 이전에는 ‘KN-08’ 또는 ‘화성-13형’ 불렸었다. 그러나 북한이 시험 발사한 뒤에는 화성-12형이라고 밝혔다. 한·미 군당국은 KN-17이라고 했다. 북한은 15일자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 관영매체를 통해 성공적인 실험이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을 보니 몇 가지 눈이 띄는 특징이 발견됐다. 아직은 시험적 수준이라는 것이 명확했다.

14일 실험과정을 보면 북한은 발사체에서 미사일을 분리한 뒤 실험을 실시했다. [사진 조선중앙방송 캡처]

14일 실험과정을 보면 북한은 발사체에서 미사일을 분리한 뒤 실험을 실시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기존의 발사과정과는 다르게 진행했다. 우선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에서 정상적으로 발사하지 않았다. 북한은 화성-12형 미사일을 운반체(TEL)에서 분리한 뒤 지상에 세워둔 채 발사했다. 일반적으로 이동발사대에 탑재된 미사일은 1차로 수평의 미사일을 수직으로 세우고, 이어 액체연료 주입을 완료한 뒤 발사한다. 따라서 북한은 과거의 정상적인 시험 발사와 달리 미사일을 발사대와 분리한 뒤 발사한 것은 이동발사대(차량)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과 달리 탄도미사일과 발사차량(TEL) 분리 #14일 새벽 평북 구성군 자갈밭 민가 옆에서 발사 #김정은 탄두 조립부터 발사까지 옆에서 지켜봐

화성-12형을 싣고 있는 이동발사대는 미사일에 비해 너무 작아보인다. 즉, 발사차량이 미사일 발사를 견뎌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동발사대 차체 크기가 작아 미사일 발사 때 발생하는 진동이나 항력을 견디지 못해 미사일의 자세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어서 인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이 발사되기도 전에 자세가 흔들리면 발사에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감안해 미사일을 차량에서 분리시킨 뒤 발사했다는 결론이다.

14일 평북 군자리 자갈밭에서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이 이뤄졌다. [사진 조선중앙방송 캡처]

14일 평북 구성군 자갈밭에서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이 이뤄졌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덩치 큰 화성-12형에 작은 체구의 이동발사대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4월 이전 원모델인 KN-08은 미사일을 충분히 실을 수 있는 바퀴축이 8개 짜리 이동발사대에 실었다. 그런데 정작 지난 4월 열병식과 시험 발사때는 바퀴축이 6개 정도로 보이는 발사대에 실려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미사일의 이동발사대를 바꾼 것이다. 바퀴축 8개 짜리 이동발사대 차량을 신형 탄도미사일에 내준 것으로 보인다. 신형 탄도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이동발사대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유는 북한이 미사일 몸집에 맞는 이동발사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 인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이 미사일의 이동발사대를 대북제재 과정에서 수출 금지 품목으로 묶었기 때문에 이동발사대 확보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그 때문에 북한에는 대형 이동발사대가 실제 수요보다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븍한은 민간인 거주지역 옆에서 미사일 실험을 실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 조선중앙방송 캡처]

븍한은 민간인 거주지역 옆에서 미사일 실험을 실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영상을 보면 미사일을 이동발사대 차량과 분리하는 과정에는 주변이 어두울 정도로 야간이었다. 그러나 발사순간에는 여명이 비췄다. 발사직전에 약 2~3시간 동안 연료를 주입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이뤄진 모든 발사과정을 공개했다. 북한은 구체적인 미사일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 미사일의 특정 부분의 영상을 흐릿하게 조작해 공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조립과정부터 발사까지 참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 조선중앙방송 캡처]

김정은 위원장이 조립과정부터 발사까지 참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은 구성군 자갈밭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주변을 보니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판단되는 민가들이 눈에 띄었다. 이는 북한 당국은 언제라도 원하는 곳에서 미사일을 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는 의도가 뭍어있다고 판단된다. 또는 미사일이 더 큰 가분수이다 보니 이동이 제한돼 시험 발사를 미사일 부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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