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공부] 교사들 열정 남달랐던 우수 학교 … 처지는 학생들도 만회할 기회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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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반고에 선정된 학교들의 공통점은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로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더욱 잘할 수 있는 기회를, 다소 처지는 학생은 만회할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예요. 수업 개선, 학생 지도에 대해 교사들의 노력·열정도 뛰어난 곳이죠.”

베스트 일반고 심사한 권오현 교수 #뛰어난 학생 몰린 입시 명문보다 #교육의 힘으로 성과 낸 학교 발굴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 ‘잘 가르치는 베스트 일반고 발굴 프로젝트’ 심사위원장인 권오현(59·사진) 서울대 독어교육과 교수는 ‘베스트 일반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014년 이후 최근까지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을 역임한 그는 올해 처음 시행된 ‘베스트 일반고 프로젝트’의 평가 틀을 마련하고 심사를 주관했다. 이 프로젝트는 교육부·한국학교컨설팅연구회·수도권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가 공동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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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수는 “수능처럼 서열화된 시험이 아니라 학교 교육에서 우수성을 드러내는 학생들이 보다 쉽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대입제도를 변화시켜 보자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며 “이를 위해 학교 교육에 충실한 우수 일반고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런 취지에 따라 7명의 심사·선정위원은 각 학교의 ▶교육 과정 ▶수업의 질 ▶교사의 평가방식 ▶학생부 기록 등을 중점 심사했다.

선정·심사는 3단계로 진행됐다. 우선 수도권 15개 대학 입학사정관들로부터 학교 교육에 충실한 고교들을 추천받았다. 이어 학교컨설팅연구회가 이들 학교의 학교계획서를 평가했다. 최종 심사엔 교수·교사·입학사정관 12명의 현장 실사가 반영됐다. 다음은 권 교수와의 일문일답.

여느 평가와 달리 입학사정관의 추천으로 심사 대상을 정했는데.
“대학 입학사정관은 학생부를 통해 각 고교의 교육 과정·수업·평가를 검토하는 전문 인력이다. 요즘 대학은 ‘똑똑한 학생’보다 지속해 성장할 수 있는 학생을 뽑으려고 애쓴다. 그래서 수능 같은 일회성 시험보다는 지속적인 관찰이 담긴 학생부에 주목한다. 이런 점에 착안했다.”
선정된 학교 중엔 잘 알려지지 않은 곳도 있다.
“대개 유명한 고교는 이른바 ‘입시 명문’이다. 뛰어난 학생이 많이 입학해 그만큼의 실적을 내는 학교다. 반면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오로지 교육의 힘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학교를 찾으려 노력했다.”
일반고의 혁신엔 교사의 역할이 클 것 같다.
“베스트 일반고는 공통점이 교사의 열정이다. 수업 개선을 위해 교사들이 열심히 연구하는 학교다. 교사끼리 전문적인 학습공동체를 운영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을 공개하는 분위기다. 학생을 꼼꼼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교사들의 노력도 우수했다.”
일반고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고에 가장 친화적인 대입 전형이 학종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서울 지역 사립대들이 발표한 대로 다양한 전형 중 일반고 합격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게 학종이다. 과거 입학사정관제 전형처럼 ‘스펙’을 강조하면 학교·지역에 따른 유불리가 생긴다. 그러나 요즘 대학은 수업 참여 태도와 학업 결과를 중심으로 학생을 평가한다. 이 때문에 학교 여건보다 구성원의 의지와 소통이 중요해진다. 베스트 일반고의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제1회 베스트 일반고 프로젝트의 시상식은 24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열린다. 베스트 일반고의 우수 사례를 설명하는 기회도 마련된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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