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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어느 때보다 중요한 4강 외교 … 다지고 또 다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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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젯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로 4강 정상과의 통화를 마무리했다. 눈에 띄는 건 과거와 같이 덕담을 나누는 의례적 통화가 아니라 민감한 현안을 놓고 ‘솔직한 입장’을 교환한 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선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이견을 그대로 드러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에 대한 중국의 관심을 중시해 달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중국의 사드 보복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긴장감이 물씬 묻어나는 문 대통령 통화는 현재 한반도가 처해 있는 엄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과 맞물려 동력을 잃었던 정상외교의 공백을 시급히 메워야 한다. 그 첫 번째는 우리의 운명과 직결된 4강 외교의 복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중·일·러 주요 4개국에 특사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아울러 당부하고 싶은 건 여러 외교 현안의 우선순위를 잘 따져 우리의 국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북핵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얼마 전 극비리에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그제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한반도에서 재래식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IA가 전날 전쟁 등과 같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나 가동되는 코리아임무센터(KMC)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은 또 하나의 주목할 언급이다. 미국이 북핵 해결을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도 북핵 문제가 중국 문 앞에서 계속 ‘발효’되는 걸 더는 참을 수 없다고 말한다. 미·중이 손잡고 전례 없이 대북 압박에 나서는 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함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있어 적극적 조정자 또는 키플레이어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런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선 미·중, 나아가 4강과의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4강 외교를 다지고 또 다져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