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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권력 제대로 사용했다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예방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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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민정수석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조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드는 게 검찰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라며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검찰 개혁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민정수석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조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드는 게 검찰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라며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검찰 개혁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조국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은 11일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제대로 사용해 왔다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미연에 예방했을 것”이라며 검찰 개혁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민정수석 첫날, 검찰 비판한 조국 #“공수처 설치, 경찰로 수사권 이양 #검찰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리는 길 #내년 지방선거 전에 개혁 끝내야 #민정수석은 수사 지휘해선 안 돼”

검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던 조 수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해 9월 참여연대가 발간한 책(『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에서 “한국 검찰은 ‘준정당’처럼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2002년 한국형사정책학회 학술지 ‘형사정책’ 14권에 실린 ‘특별검사제의 한시적 상설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도 “상설적 특검제의 한시적 도입으로 국민 신뢰를 잃은 검찰에 충격요법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형법 전공자인 조 수석이 이미 오래전부터 검찰에만 수사·기소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지속해 온 셈이다. 이는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 직후 꺼내든 조국발 검찰 개혁의 칼날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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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 수사권을 분리해 경찰에 넘기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양대 과제로 꼽아왔다. 공수처 설치와 관련, 조 수석은 “검찰을 죽이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선 2005년 학술지(『서울대 법학』)에서 “검찰이 자신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을 신중하게 행사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중요 범죄사건은 검찰이 수사하되, 민생치안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의 수사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음은 청와대 인선 발표 후 기자들과의 문답.

검찰 개혁에 대한 구상을 밝혀 달라.
“한국의 검찰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다. 헌법을 통해 영장청구권까지 가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이다. 대통령께서 그런 구상과 계획을 갖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충분히 보좌하겠다.”
과거 민정수석은 수사 지휘와 관련해 검찰과 원활하게 소통해 왔다.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 지휘를 해선 안 된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임기에 대한 구상은.
“제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수처 설치에 대해 검찰의 반발이 심하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노무현 대통령 때 시작된 이야기다. 왜 공수처가 필요한지는 노무현·문재인 두 분 대통령의 발언이나 책을 보면 (자세히) 나와 있다. 공수처 설치는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야 하므로 제 권한이 아니라 국회의 권한이다. 국회에서 협조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이 청와대와 검찰이 충돌하는 방식이 아니라 검찰도 살고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방지하도록 청와대와 검찰·국회가 모두 합의하고 협력하길 희망한다.”
검찰 개혁은 언제까지 할 건가.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끝내야 한다고 본다.”

조 수석이 시점을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으로 못 박은 만큼 검찰 개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반발이 거셀 것인 만큼 우선 공수처를 설치한 뒤 수사권 조정은 경찰 개혁과 함께 장기적 과제로 추진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대선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각각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정당도 미세한 부분에선 이견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조 수석은 현재 안식년 중이다. 조만간 휴직을 신청하고 민정수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민정수석 요청은 언제 받았나.
“(요청을 받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정도만 말씀드리겠다.”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민정수석으로 도와 드리는 것이다. 정치하는 것이 아니다.”
민정수석을 마친 후엔 본업으로 돌아가나.
“학교로 돌아간다. 저는 약속을 지킨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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