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민병헌 꾸준함의 비결은 '고민병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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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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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외야수 민병헌(30)은 '고민병헌'이다. 야구를 잘 할 때든, 못 할 때든 늘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잘 맞은 안타를 치면 '다음 타석에서 못 이거갔다'고 자책하고, 빗맞은 안타를 치면 '잘 맞은 안타가 아니다'라며 타격훈련을 하는 식이다.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도 실내연습장에 나와 배트를 돌리곤 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훈련을 적게 하라고 해야할 선수 중 한 명"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 치열함이 지금의 민병헌을 만들었다. 군복무 전까지 백업멤버였던 민병헌은 2013년 이후 풀타임 출장하며 4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데뷔 이후 최다인 16개의 홈런까지 쓸어담았다. 기민한 주루플레이에 강한 어깨까지 가진 그는 예비 FA 외야수 중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다.

올 시즌 활약도 알토란같다. 타율 0.318, 4홈런·15타점·19득점을 올렸다. 두산에서 민병헌(1.38)보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스탯티즈 기준)가 높은 선수는 니퍼트(1.68)과 양의지(1.60) 뿐이다. 무엇보다 뛰어난 점은 꾸준함이다. 민병헌은 올해 33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선발에서 빠진 건 발뒷꿈치 통증이 심해졌던 5일 LG전 뿐이다. 올 시즌 2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한 것도 한 번 뿐이다. 타격감이 떨어졌다 싶어도 금세 제 자리를 찾고 있다. 민병헌은 "매년, 매일 시행착오를 겪는데 그걸 조금씩 줄여가고 있다. 매년 덜 바뀌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10일 잠실 SK전에서도 민병헌은 6-0 승리를 이끌었다. 2회 말 2사 1, 3루에서 우전 안타로 선제점을 뽑아냈다. 오재원의 적시타 때는 재치있는 슬라이딩으로 3루까지 내달렸다. 8회에도 6점째를 뽑아내는 적시타를 날렸다. 5타수 2안타·2타점·1득점.

개인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표정은 어둡다. 2년 연속 챔피언인 두산이 시즌 초반 부진하기 때문이다. 두산 선수들은 민병헌을 포함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8명이나 차출됐다. 그는 "국가대표 영향이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힘든 건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핑계를 대면 안 된다.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준비를 했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민병헌은 "선수들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데 한 번 가라앉은 분위기가 쉽게 살아나지 않는다. 솔직히 힘들다"면서도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잘 이겨내고 달라진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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