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기 왕위전] 현지 관전객이 찾아낸 최선의 수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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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2국
[제7보 (114~133)]
白.도전자 曺薰鉉 9단 | 黑.왕위 李昌鎬 9단

흑▲의 시험문제에 대해 '참고도1'처럼 곱게 받아주는 것이야말로 최악이다.

흑2, 4를 선수당하고 장차 6까지 선수당한다고 보면 이곳 백집은 19집. 선수를 잡은 흑은 다른 큰 곳으로 전향해 쉽게 승리를 다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曺9단이 114로 둔 것은 형세를 제대로 읽은 필사의 저항이었다. 흑은 당연히 115로 뚫고 내려왔고 119로 이은 뒤 하회를 기다린다. 李9단은 묻고 있다. "여기서 한번 싸워 뼈를 묻으시겠읍니까."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 하면 검토실이 그린 '참고도2'의 변화 때문이다.

백이 '참고도2'의 1로 저항하면 귀는 패가 된다. 물론 이 패는 흑이 한수 늦은 패. 그러나 백은 패를 지는 날엔 이곳이 모조리 함몰당하고 만다. 과연 曺9단은 패를 결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

曺9단은 장고하고 있었고 검토실에선 손에 땀을 쥐며 다음 수를 기다린다. 백이 옥쇄를 각오한다면 바둑이 일찍 끝날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때 관전하던 구경꾼 중에서 날카로운 의견이 나왔다.그는 이 지역의 아마추어인 것 같았는데 흑은 패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그것이 바로 '참고도3'이다.

백1로 다 잡으러 올 때 흑은 2로 끊은 다음 4쪽으로 민다. 그다음 6으로 넘어가면 이때의 백집은 18집. 그리고 선수는 흑에게 돌아간다. 즉 백의 입장에선 가장 나쁘다는 '참고도1'보다도 더 못한 것이다.

曺9단도 결국 이 수순을 본듯 120으로 물러섰고 근근히 선수를 잡아 좌변의 큰 곳으로 손을 돌렸다.

그러나 비록 선수를 잡았다고는 하나 우상 백집이 15집으로 줄어 흑의 우세는 확연해졌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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