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사 두 번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암'이 있다?

중앙일보

입력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이다. 만 12세 여아는 무료로 예방 주사를 맞을 수 있다. [중앙포토]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이다. 만 12세 여아는 무료로 예방 주사를 맞을 수 있다. [중앙포토]

 대부분의 암은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로써는 금주·금연·식생활 관리·운동 등으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다.

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 규명 #백신 개발로 예방 효과 '톡톡' #만 12세 여아 정부가 비용 지원 #20대부터는 정기 검사 받아야

하지만 이'암'만은 예외다. 바로 자궁경부암이다. 자궁경부암은 1980년대 원인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백신도 개발·보급되고 있다. 특히 성 경험이 없는 10대는 '주사 두 번'으로 자궁경부암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이 것이 궁금하다

◇질암·생식기 사마귀도 일으켜=자궁경부암의 원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이하 HPV)다. 100여 종의 HPV 중에서 20여종이 암을 일으키는 고위험 유형으로 분류된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99%에서 이런 고위험 HPV가 발견된다. HPV는 주로 성(性)관계를 통해 감염된다.

하지만 HPV에 감염돼도 모두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면역반응으로 2년 안에 80~90%는 바이러스가 사라진다. 그러나 일부의 경우 바이러스가 연약한 자궁 조직을 지속해서 공격하면서 암을 유발한다. 실제 바이러스가 암으로 발전하는 데는 10~15년가량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PV는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질암, 성기와 항문 등에 두드러기가 생기는 생식기 사마귀(콘딜로마)의 원인이기도 하다.

암 세포.

암 세포.

◇만 12세 예방접종 적기=고위험 HPV에서 가장 위험한 건 16형과 18형이다. 이들이 전체 자궁경부암의 70%가량을 일으킨다. HPV 백신은 16형과 18형을 예방하는 ‘2가 백신’, 16·18형과 생식기 사마귀를 일으키는 6·11형을 함께 막는 ‘4가 백신’, 그리고 여기에 5개 유형(31·33·45·52·58)이 추가된 ‘9가 백신 ’등이 있다. '~가'는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 유형의 가짓수를 말한다.

이 중 2가 백신과 4가 백신은 국가예방접종(NIP)에 포함돼 만 12세 여아는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참여 의료기관과 백신 종류는 홈페이지(https://nip.cdc.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9가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다. 만 12세를 대상으로 한 이유는 성 경험 전에 백신을 맞아야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때는 예방 접종을 2회 맞아도 충분하지만, 이후에는 같은 수준의 예방 효과를 얻기 위해 3회를 맞아야 한다. 만 12세에 예방 접종을 완료하면 자궁경부암의 씨앗(전암성 병변)을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

◇백신 맞았어도 검진받아야=자궁경부암 백신의 예방 효과가 크지만 그렇다고 검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고위험 HPV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빨리 발견할수록 완치 확률이 높다. 성 경험의 시기가 이르거나, 파트너가 많을수록 HPV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이상훈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추가로 HPV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면 백신 등 치료가 완료돼도 주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만 20세 이상은 2년마다 무료로 자궁경부암 검사(자궁경부 세포검사)를 받을 수 있다.

남성은 HPV 감염으로 성기나 항문에 암이 유발될 수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드물다. 이상훈 교수는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려면 백신과 검진 외에도 건강한 성생활이 매우 중요하다. 남성도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위해 백신을 맞는 등 예방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