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한국 청년 창업의지 세계 수준인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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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민화창조경제연구회(KCERN)이사장

이민화창조경제연구회(KCERN)이사장

대선 주자마다 화려한 일자리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일자리가 성장과 복지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만 해도 일자리 창출에 7조5000억원을 투입했으나, 그 결과는 실질 청년 실업자 수 150만명이라는 참담한 숫자로 귀결됐다. 미국과 일본은 일자리가 넘치는데 왜 한국에는 일자리가 없는가. 일자리 정책의 방향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일자리·성장 이끄는 벤처 창업 #잘못된 정부 정책이 의욕 꺾어 #공무원 응시보다 창업 선택 늘도록 #실패를 지원하는 보상체계 마련을

일자리에는 두 가지가 있다. 세금으로 만드는 가짜 일자리와 세금을 만드는 진짜 일자리다. 일자리를 국가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 세금을 국가에 제공하는 것이다. 일을 통해 창출된 가치를 국가와 기업과 개인에게 분배한 것이 세금과 임금과 이윤이다. 최적의 분배를 통해 더 큰 미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일류 국가 정책이다. 국가가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들면 청년들이 안전한 공무원 시험으로 몰려가 국가 자원을 왜곡시킨다. 국민의 25%가 공무원이 된 그리스는 몰락하고, 대학 졸업생의 10%가 창업하는 미국은 혁신을 주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는 벤처가 창출해 왔다. 미국의 경우 4%의 벤처 기업이 일자리의 60%를 만들었다. 대기업은 성장에는 기여하나 일자리는 만들지 못하고, 자영업은 성장과 고용 모두에 기여하지 못한다. 벤처 창업과 성장 만이 성장과 고용의 유일한 대안이다. 그런데 벤처의 주역은 청년들이다. 결국 청년 일자리는 청년이 만든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빌 게이츠와 저커버그와 같은 탁월한 청년 창업가가 다수 청년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의미다.

한국과 미국 청년들의 창업 의지 조사를 살펴보자.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생의 창업 의지가 20%인 반면 한국 대학생의 창업 의지는 3%다. 이 차이가 국가 혁신 역량의 차이이고 질 좋은 일자리의 차이다.

그런데 한국 청년들에게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다시 질문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미국과 동일한 20%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숨은 창업 의지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선배들 못지않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이다. 즉 잘못 설계된 국가 정책이 창업을 가로막아 청년들이 공무원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원래 네델란드에서 시작된 주식회사 제도는 개인에게 신용불량의 굴레를 씌우지 않는 유한책임 주식회사다. 한국의 창업자 연대보증이라는 왜곡된 무한책임 주식회사 제도는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다행히도 필자가 주창한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가 확대돼 이제 창업 7년까지 국책 기관의 연대보증 면제가 가능해 졌다. 그 결과 벤처 창업이 이제 다시 2000년 수준을 회복해 가고 있다. 일반 금융기관까지 연대 보증 면제를 확대하는 안을 당연히 환영한다. 단 도덕적 해이는 사후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알리바바의 마윈도 8번 실패후 성공했다. 유럽 중소기업법 2조는 “정직한 실패 기업인을 창업 기업인과 동일하게 대우하라”는 것임을 상기해 보자. 실패에 대한 지원이 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원칙이다.

한국은 2000년 세계 최고의 벤처 대국을 이룩했다. 연간 2500개의 벤처 창업과 2조의 벤처 투자, 그리고 5000억의 엔젤 투자가 이뤄졌다. 당시 이스라엘과 중국이 한국을 배우러 몰려 왔다. 코스닥과 벤처기업특별법과 기술거래소 등 벤처기업협회 주도 정책으로 미국외 세계 최대의 벤처 생태계를 구축했다. 그런데 2001년 미국 나스닥이 붕괴하면서 한국의 코스닥이 동일한 패턴으로 추락했다. 세계적인 현상을 국내 현상으로 착각한 정부의 벤처 건전화 정책으로 10년 벤처 빙하기가 초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 기업들은 총매출액은 350조 일자리 150만개를 만들었다. 만약 벤처 빙하기가 없었다면 이 수치는 두 배는 되어 청년 일자리 문제는 해결됐을 것이다.

이제 청년들에게 공무원보다 창업이 더 나은 선택이 되도록 국가 보상 체계를 개혁하자. 실패를 지원해 창업을 촉진하자. 또 규제 개혁으로 진입 장벽을 해소하자. 시장 개방으로 성장을 촉진하고 대기업과 공정 협력을 강화하면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 질 것이다. 우선 재도전 기업가 정책, 클라우드 데이터 규제 혁파, 개방 플랫폼과 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라는 4대 정책을 제시한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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