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환자 관절 최대한 살리고, 재발률 낮추는 ‘교과서적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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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교 원장이 회전근개파열의 원인과 파열 정도에 따른 다양한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송경빈]

문홍교 원장이 회전근개파열의 원인과 파열 정도에 따른 다양한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송경빈]

어깨질환 전문 연세건우병원
관절은 몸에서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대표적인 부위다. 자주 사용해 퇴행성 변화가 생긴다. 무리한 운동이나 충격까지 겹치면관절 생명이 급격히 단축된다. 삐걱거리면서 염증이 생기고 조그마한 손상이 악화돼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특히 팔운동이 시작되는 어깨관절은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끊어진 힘줄, 뼈에 단단히 고정 #브리지 이중봉합 방식 고집 #아픈 곳만 수술, 재발률 1% 미만

4개의 근육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관절이어서다. 연세건우병원 문홍교 원장은 오롯이 어깨질환만 치료하는 어깨관절 전문가다. 기존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기능을회복하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치료의 핵심이다. 그는 이를 단지 ‘교과서적 치료’라고 말한다.
어깨관절은 힘줄(회전근개) 문제가 가장 흔하다. 오랜 세월에 밧줄이 삭듯 나이가 들면 뼈와 근육을 잡고 있는 힘줄도 조금씩 손상된다. 손상이 쌓이면 조금씩 끊어진다. 결국 힘줄 손상 부위는 점점 넓어져 하나의 힘줄 전체가 끊어진다. 대표적 어깨 질환인 ‘회전근개파열’이 생기는 과정이다. 만성통증이 생기고 둔해진다. 더 이상 팔을 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나이 때문이라 여기다 병을 키운 탓이다.

놔두면 점점 악화한다. 회전근개파열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끊어진 힘줄을 제자리로 당겨와 뼈에 단단히 고정하는 것이 기본 원리다.


손 더 가고, 시간 더 걸려도 정확히

전문적인 치료의 차이는 힘줄 봉합 방식에서부터 시작된다. 봉합 방식에는 힘줄 끝의 양쪽만 봉합하는 단일봉합, 힘줄의 끝과 중간을 양쪽씩 네 곳을 봉합하는 이중봉합, 1차적으로 봉합한 뒤 봉합 실을 교차해 이중·삼중으로 뼈에 고정하는 브리지(교량형) 이중봉합이 있다. 문 원장은 브리지 이중봉합을 고집한다. 그만큼 튼실해서다. 트럭에 짐을 싣고 천막을 씌워 결속할 때 천막의 끝만 묶는 것보다 줄을 X자로 교차해 천막을 덮으면서 묶는 게 더 안전한 것과 같은 이치다.

봉합의 차이는 치료 성적과 직결된다. 단일·이중봉합은 재발률이 보통 14~25%인 데 반해 브리지 이중봉합은 1% 미만이다. 3년 반 동안 연세건우병원에서 이뤄진 임상 결과다. 문 원장은 “브리지 이중봉합은 손이 더 많이 가고 시간도 더 걸린다”며 “하지만 확실한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료 방식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연세건우병원은 보전적인 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단, 힘줄에 부분파열이 50% 이상 진행됐을 땐 수술한다. 1~2년 안에 완전파열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신 ‘윈도 테크닉’이라는 수술법을 적용한다. 힘줄 겉면에 작은 창을 뚫고 그 안으로 실을 넣어 파열된 힘줄만 치료하는 방식이다. 부분파열은 힘줄 겉면은 정상인데 속 힘줄이 파열된 경우가 많다. 이때도 브리지 이중봉합으로 단단히 고정한다. 문 원장은 “윈도 테크닉은 파열된 힘줄만 선택적으로 봉합한다”며 “결국 정상적인 조직은 최대한 보존하는 치료”라고 말했다.

힘줄 파열 범위가 광범위하면 힘줄을 이식한다. 기존에 있는 힘줄을 떼어서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대체재를 이식한다. 광범위파열은 힘줄 바깥층이 지방조직으로 변하면서 소실돼 브리지 이중봉합만으로 완전히 치료되지 않는다. 끊어진 힘줄을 당겨와도 느슨하다. 따라서 파열된 공간을 이식 조직으로 메운 뒤 봉합한다. 옷이 조금 뜯어지면 꿰매기만 하지만 많이 뜯어지면 천을 덧대는 것과 같은 원리다.

힘줄 이식 우선, 인공관절 차선

회전근개파열 치료에서 힘줄 이식의 의미는 크다. 우선 인공관절 수술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문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 대상을 광범위파열 환자 중 팔을 전혀 들지 못하는 70세 이상 환자나 관절염이 심한 경우로 제한한다. 그가 강조하는 교과서적 기준이다. 문 원장은 “어깨 인공관절의 수명은 기껏해야 10년 내외”라며 “자기 관절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인공관절 수술을 지양한다”고 말했다.

또 힘줄 이식은 기존 수술법을 보완한다. 인공관절을 늦추는 수술로 ‘근이전술’이 있다. 끊어져서 없어진 힘줄 근처의 다른 근육을 옮겨와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 관절 내시경으로 가능한 힘줄 이식과 달리 20㎝ 이상 절개해야 하는 데다 관절 메커니즘에 한계가 있다. 문 원장은 “근이전술의 경우 다른 근육을 떼어서 옮기기 때문에 근육의 진행 방향이 달라진다”며 “생역학적으로 보면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환자의 조직과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원칙은 치료 전반에 적용된다. 치료 결과로 반드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는 “명품의 차이는 겉으로는 눈에 쉽게 띄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드러나지 않나”라며 “치료도 마찬가지다. 원칙을 따르면 그 이득이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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