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피아니스트 5명, 어떤 공연을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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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강한 피아니스트 전성시대다. 이달 한국 공연장은 그 강력한 증거다. 완벽하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는 많고, 이제는 뚜렷한 자기 주장이 연주자의 존재이유가 됐다. 피아니스트 공연이 몰린 5월의 연주자 다섯. 이들의 음악적 개성을 분석해본다. 피아노 음악 애호가를 위한 공연장 가이드다.

피아니스트 공연 많은 5월 #피아니스트마다 다른 개성 뽐내

#콩쿠르 우승자 같지 않은 우승자

문지영은 2015년 부조니 국제 콩쿠르 우승자다. 이전 15년동안 우승자를 내지 않았던 콧대 높은 콩쿠르가 문지영의 손을 들어줬다. 문지영이 쇼팽 연습곡 ‘겨울바람’을 치는 연주 영상은 그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문지영은 여타 우승자들처럼 완벽하게 연주하는 데에 만족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끔은 일그러뜨리면서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나간다. 몇년 내 급성장해 ‘급이 달라질’ 피아니스트를 먼저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문지영의 독주회를 추천한다.
-문지영 독주회=5월 6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연주곡 슈만 소나타 1번 등

#프랑스 음악을 과감히 해석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가 연주한 라벨 ‘물의 유희’는 강하다. 프랑스 음악은 보통 모호하게 뭉그러지며 흘러간다. 하지만 그리모는 멜로디를 뚜렷하게 살리고 소리를 영롱하게 뽑아낸다. 프랑스 태생의 피아니스트가 해석하는 프랑스 음악인데도 일반적이지 않다. ‘물’을 주제로 한 음악을 엮은 2016년 음반도 대부분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이었다. 그리모는 프랑스풍을 표현하는 대신 자신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프랑스 음악의 새로운 해석이 궁금한 청중이라면 그리모의 독주회가 적당하다.
-그리모 독주회=5월 7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곡 라벨 ‘물의 유희’ 등

#모든 곡이 너무 쉽다는 듯 술술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독주회는 늘 곡목이 궁금하다. 보통 피아니스트들이 쩔쩔 매며 한 두곡 연주할만한 대곡·난곡을 한 데 묶어서 하룻저녁에 연주해버린다. 이번 한국 독주회도 그렇다. 쇼팽 연습곡 5곡을 비롯해 총 10곡, 스카를라티의 소나타 5곡도 모자라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3개 악장까지. 철인 경기와도 같은 독주회마냥 거창한 코스로 프로그램을 짰다. 가장 기가 막힐 장면은 아무리 어려운 작품도 마치 바이엘이나 체르니 정도 치듯 쉽게 치는 그의 모습일 것이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그의 ‘페트루슈카’ 연주 영상처럼 말이다.
-베레조프스키 독주회=5월 16일 오후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곡 쇼팽 발라드 4번 등

# 러시아 피아니스트의 새로운 교과서

미로슬라프 쿨티셰프는 러시아 신예의 자존심을 걸기라도 한 듯 한국 독주회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쇼팽 전주곡 24곡 전곡,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을 들려준다. 베레조프스키 독주회와 같은 곡인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에서 쿨티셰프의 개성이 확실히 드러날 듯하다. 쿨티셰프의 연주 영상을 보면 베레조프스키만큼 ‘전혀 어렵지 않은 듯’ 혹은 ‘너무 쉽다는 듯’ 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10년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입상자답게 모든 손가락을 통제하는 기교를 자랑한다. 소리를 공들여 꼼꼼하게 살려낸다.
-쿨티셰프 독주회=5월 2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쇼팽 전주곡 24곡 등

#지적이고 고급스러운 소리 

라르스 포그트의 베토벤 협주곡은 발랄한 편이다. 특히 베를린 필하모닉과 연주한 3번 협주곡에서 포그트는 탱글탱글한 소리로 음악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속도는 빠르고 음악은 진취적이다. 포그트는 이번 내한에서 베토벤 협주곡 전곡(5곡)을 직접 지휘하며 연주한다. 첫날 1·2·4번을 둘째날에 3·5번을 배치했다. 여기에 베토벤 교향곡 7·8번도 곁들인다. 포그트가 그간 모차르트·베토벤 등 독일권 음악을 다뤄온 방식으로 미뤄보면, 베토벤만 듣는 묵직한 이번 공연이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포그트와 로열 노던 신포니아=5월 24·25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연주곡 베토벤 협주곡 전곡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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