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공격무기 없어 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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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계선수권대회는 끝내 하형주를 외면했다. 올림픽 (84년LA) 유니버시아드(85년 고베) 아시안게임(86년 서울) 등의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유도의 간판스타 하는 85년 세계선수권결승에서 「스가이」에 져 고배를 마신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의외의 복병 「메이어」(네덜란드)에 덜미를 잡혀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했다.
경기전날 성당을 찾아 1시간이 넘도록 간절히 기도하며 우승을 염원하던 하형주, 그의 패인은 무엇일까.
연구원으로 이곳에 파견된 김상철 유도대교수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확실한 공격무기가 없었고, 경기의 융통성이 부족한게 패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교수는 『하는 상대와 마주 잡은 상태라야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꾸라지처럼 피해 달아나는 「메이어」를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잡아야 하는데 자기의 잡는 스타일을 고집하다가 찬스를 놓쳤다』고 설명했다.
김교수는 『또 하나 일본의 「스가이」나 국제무대에 완전히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이나 하와는 달리「스가이」가 여유있게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3번의 한판승을 이끌어낸 「왼쪽 허벅다리 걸기」라는 확실한 주특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유도영웅 「야마시타」(산하태유)는 『상대를 잡지못한 것이 하의 결정적 패인』이라며 『「메이어」는 줄곧 피하면서도 몇 차례의 공격시늉으로 판정승을 따냈다』고 평했다.
「야마시타」는 또 『하가 적극적 대시를 못한것은 체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 이라며 『체력은 정신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이곳 유도전문가들은 이밖에도 하의 지나친 중압감과 지난해 아시안게임이후 부상으로 인한 1년여의 공백등도 패인으로 지적했다.
하자신은 『아무 할말이 없다. 부끄러울 뿐이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대로는 결코 주저앉지 않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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