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연속 KO승, 조슈아 헤비급 3개 통합챔프 등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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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과 백인, 신예와 베테랑, 가난한 이민자의 자식과 장군의 아들, 인파이터와 아웃복서의 대결로 눈길을 끌었던 조슈아와 클리츠코의 대결은 조슈아의 KO승으로 끝났다. 클리츠코는 체력의 열세를 딛고 분전했지만 젊은 챔피언의 강펀치를 이겨내지 못했다. [중앙포토]

흑인과 백인, 신예와 베테랑, 가난한 이민자의 자식과 장군의 아들, 인파이터와 아웃복서의 대결로 눈길을 끌었던 조슈아와 클리츠코의 대결은 조슈아의 KO승으로 끝났다. 클리츠코는 체력의 열세를 딛고 분전했지만 젊은 챔피언의 강펀치를 이겨내지 못했다.[중앙포토]

젊은 챔프가 더 강했다. 앤서니 조슈아(27·영국)가 블라디미르 클리츠코(41·우크라이나)를 꺾고 19경기 연속 KO 행진을 이어갔다. 3개 기구 통합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백전노장 클리츠코 상대로 11라운드 KO승

국제복싱기구(IBF) 챔피언 조슈아는 30일(한국시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헤비급(90.718㎏ 이상) 타이틀전에서 랭킹 3위인 도전자 클리츠코를 11라운드 KO로 꺾었다. 조슈아는 이날 경기 승리로 프로 데뷔후 19경기 연속 KO승을 기록했다. 아울러 타이슨 퓨리(29·영국)가 반납한 뒤 공석으로 있던 세계복싱협회(WBA) 수퍼 챔피언과 세계복싱기구(WBO) 벨트까지 거머쥐었다. 조슈아는 세계 4대 복싱 기구 중 세계복싱평의회(WBC)를 제외한 벨트 3개를 모두 가져가 명실상부한 헤비급 최강자로 떠올랐다.

클리츠코는 헤비급의 전설이다. 그는 2015년 퓨리에게 질 때까지 무려 4382일 동안 챔피언 자리를 지키며 28번이나 방어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전적은 64승(53KO) 4패였다. 조슈아는 떠오르는 샛별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그는 뛰어난 스피드와 유연성을 앞세워 프로 데뷔 후 연속 KO승 행진을 거뒀다.

4라운드까지 탐색전을 펼친 대결은 5라운드부터 맞붙기 시작했다. 5라운드 초반 조슈아가 먼저 클리츠코를 캔버스에 쓰러트렸다. 하지만 충격이 크지 않았던 클리츠코는 금세 일어났다. 오히려 경기를 끝내려고 달려드는 조슈아를 상대로 노련하게 반격을 펼쳐 6라운드 중반 다운을 빼앗았다. 조슈아는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났다.

폭풍같던 중반전 이후 클리츠코는 조금씩 주도권을 빼앗겼다. 14살 젊은 조슈아가 체력에서 앞섰다. 조슈아는 조금씩 클리츠코를 몰아붙였고 클리츠코의 눈두덩에선 피가 나기 시작했다. 결국 11라운드에서 조슈아는 강력한 어퍼컷으로 클리츠코를 쓰러트렸다. 클리츠코는 링 로프를 잡고 간신히 일어났지만 좌우 연타를 날리는 조슈아에게 세번째 다운을 내줬다. 링 로프를 잡고 일어난 클리츠코는 레퍼리에게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거기까지였다. 조슈아는 폭풍같은 컴비네이션 블로우를 클리츠코에게 날려 경기 중단을 이끌어냈다. 11라운드 2분23초 TKO승. 영국 팬들은 승자 조슈아에게 엄청난 환호성을 보냈다. 경기 뒤 밝혀진 10라운드까지 채점에선 조슈아(96-93, 96-93, 95-93)가 근소하게 앞섰다.

조슈아와 클리츠코의 헤비급 타이틀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주지사 [슈워제네거 트위터 캡처]

조슈아와 클리츠코의 헤비급 타이틀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주지사 [슈워제네거 트위터 캡처]

조슈아는 화려한 세리머니 대신 경기 뒤 가벼운 미소만 지었다. 힘겨운 싸움이라는 증거였다. 그는 "클리츠코는 링 안팎에서 롤모델이었다. 그와 싸우기 위해 지금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클리츠코는 "나는 최고의 선수와 싸웠다. 내가 계획했던 대로 싸우지 못해 슬프다. 조슈아는 존경받아야 할 선수"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날 경기는 전세계 140여개국에 중계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현역 헤비급 최강자를 가리는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출신 조슈아를 응원하는 팬들 때문에 지난해 겨울 이미 8만 장이나 되는 티켓이 일찌감치 다 팔렸다. 결국 주최측은 런던시에 요청해 1만 석을 증설했고 이마저도 매진됐다. 각종 공연은 물론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웸블리스타디움에서 2차대전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경기로 기록됐다. 두 선수는 헤비급답게 화끈한 경기로 팬들에게 보답했다.

한편 이날 경기 결과 헤비급 판도는 다시 한 번 꿈틀대기 시작했다. 두 선수는 계약당시 2차전을 치를 수 있다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슈아가 WBC 챔피언 디온테이 와일더와 4대 기구 통합전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코카인 복용 문제로 타이틀을 내려놓았던 퓨리 역시 복귀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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