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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북핵 해체 위한 최고의 압박과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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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6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상원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대북정책 브리핑’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26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상원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대북정책 브리핑’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최고 수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는 정확하게는 ‘최고 수준의 관여를 위한(for) 최고 수준의 압박’이다.”

트럼프, 새 대북정책 발표 #상원의원 전원 불러 브리핑 #"북핵, 미 외교 최우선 정책” #‘핵포기 외에 살길 없다’ 압박 #북 비핵화 의지 보이면 대화

트럼프 행정부가 26일(현지시간) 상원의원 100명 전원을 대상으로 한 대북정책 브리핑 후 발표한 합동성명에 대한 27일 외교부 고위당국자의 평가다. 미 행정부가 상원의원 전원을 백악관으로 불러 단일 이슈를 브리핑하고 외교·안보·정보 수장이 합동성명을 낸 건 초유의 일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은 이날 합동성명에서 “미 외교의 최우선 정책은 북한 핵 문제이며, 동맹과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경제제재와 외교적 압박으로 북한이 핵·탄도미사일과 핵확산 프로그램을 해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하며 그 목표를 향해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강조했다. 전자는 최고 수준의 압박을, 후자는 최고 수준의 관여(협상)를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정책의 폐기를 선언했다. 이 정책이 북핵·미사일 문제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전략적 인내’ 정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끌어내기 위해 최고 수준으로 압박하되 (북한이) 의지를 보이면 협상 등 관여정책도 ‘통 크게’ 최고 수준으로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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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북한이 약속을 어긴 사례 등을 점검한 결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하면 대화의 문을 활짝 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핵 포기 외에는 살길이 없겠다’고 생각을 바꾸도록 지금 강하게 압박 중”이라며 “동시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협조하도록 오바마 정부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중국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 압박책, 전 세계 북 대사관 폐쇄도 거론 

오바마 때의 접근법과 다른 점은 중국 압박이 최대 고리란 점이다. 브리핑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을 하며 사전 설명을 들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옳은 일을 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관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했다.

이날 합동성명에서 압박 국면을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수준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향후 협상 국면에서 일단 트럼프 행정부가 핵동결 협상에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협상 국면에서 동결은 과정일 뿐 최종 목표가 아니다”며 “한·미·중·일·러 5개국 모두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위성락(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는 “결국 어느 시점에는 압박에서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미국이 어떤 수준을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으로 볼지는 북핵·미사일 개발 수준에 대한 상황 인식과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8일 예정된 유엔 안보리 북핵 특별회의를 시작으로 외교적 압박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제재 이외에 전 세계 북한 대사관과 영사관 폐쇄, 국제기구 회원국 자격 박탈(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의 26일 브리핑)까지 거론된다.

이날 성명에선 ‘군사행동’을 의미하는 구체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우리는 우리(미국)와 동맹을 방어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브리핑에 참석한 테드 크루즈(공화) 상원의원은 “(위협이 임박하면) 군사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현장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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