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씨, 굴곡의 음악인생 담은 자서전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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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申重鉉.65)씨가 최근 자서전 '나의 이력서-록의 대부 신중현'을 펴냈다.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음악스튜디오 '우드스탁'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쳐 보였다.

"더 늦기 전에 나의 삶과 그 속에 농축된 경험을 되돌아보고 싶었어요. 더불어 일반인들이 한국 음악사를 좀더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이 책에선 어려서부모를 여의고 곧바로 제약회사에 취직하는 등 힘겹게 보낸 그의 유년기.청소년 시절을 엿볼 수 있다. 또 1974년 대마초 사건에 대한 회한, 명곡 '빗속의 여인''봄비''꽃잎''미인' 등에 얽힌 사연, 작곡가.제작자로서 박인수.김추자씨 등 그가 키워낸 스타들에 대한 이야기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는 "나의 삶은 곡절이 많았으며, 특히 어린 나이에 삶의 어두운 면을 알아버린 것 같다"고 자신의 인생을 회고했다.

"충북 진천에서 살았던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겨울 학교에서 돌아오니 아버지가 냉기만 돌던 방에서 돌아가셨더라고요. 몸져 누워 있던 어머니는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고요. 시신을 지게에 얹어 산으로 올라가 꽁꽁 언 땅에 파 묻었어요. 1년 뒤 어머니마저 돌아가셨죠. 그때 알았어요. 너무 슬프면 눈물이 안 나온다는 것을…."

다음으로 그가 힘들었던 시기는 유신정부의 '가요 정화운동' 탓에 활동이 완전히 금지됐던 74년 말부터 80년까지. 이때 정부의 대중예술활동 정화 방침으로 그의 작품 22곡이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미인'은 가사 저속.곡 퇴폐, '거짓말이야'는 불신감 조성 등이 금지 이유였다.

"젊을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저 혼자 버티면 됐죠. 하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음악이 유일한 탈출구였던 저에게 활동 중단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어요. 3년 넘게 낚시터를 전전하며 술독에 빠져 보냈어요. 제 분신 같은 악기와 집을 팔아 간신히 생계를 꾸렸어요."

그는 현재의 음악방송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우리 음악은 획일화되고 편중돼 있어요. 무엇보다 대중음악이 TV 등 방송매체를 통해서만 확산되는 탓에 다양성이 결여돼 있는 거죠. 외국의 경우 일반인이 문화공간을 직접 찾아가거나 손수 음반을 골라 보잖아요. 그런데 우리의 경우엔 '쇼'를 위한 음악이 판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어린이들을 위해 록이 가미된 동요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초에 어린시절의 경험을 책으로 엮어 음반과 함께 낼 예정이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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