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금요 조기퇴근’ 다음달 전면 시행…실제 효과는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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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를 마친 각 부처 공무원들이 퇴근하기위해 통근버스에 오르는 모습.[중앙포토]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를 마친 각 부처 공무원들이 퇴근하기위해 통근버스에 오르는 모습.[중앙포토]

내수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금요일 조기퇴근제도’가 다음 달 정부 부처에서 전면 시행된다. 인사혁신처는 이미 지난 14일 부처 중 가장 먼저 제도를 시작했으며 법제처(2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소기업청(26일), 기획재정부(28일)도 미리 시행한다.

공무원들, 실효성에 엇갈린 반응 #일찍 퇴근 어렵고 2시간 너무 짧아 #집안일 취미생활 할 수 있단 기대도 #민간 확산 위해선 제도 개선 필요

이 제도의 공식 명칭은 ‘그룹별 집단 유연근무제’다. 주중 월~목요일에 30분씩 일을 더 하는 대신 금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한 달에 한 번 쓸 수 있다. 지난 2월 24일부터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해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라고도 불린다. 정부가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면 소비 역시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입됐다. 정부는 일선 부처부터 시행한 뒤 제도가 민간으로 퍼질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금요일 조기 퇴근제’를 바라보는 공직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관련 부처 국장은 “어차피 오후에 서울에서 하는 회의가 (일주일에) 2건 정도 있어 금요일에 서울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회의가 끝나봐야 퇴근 시간을 알 수 있는데 어떻게 조기 퇴근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2시간’의 활용도에 대한 의문도 있다. 기획재정부 A 국장은 “(서울에 있는) 가족과 만나러 세종에서 오후 4시에 출발하면 서울에선 이미 교통 체증이 시작된다”며 “한 달에 한 번만 일찍 퇴근할 수 있는데 모처럼 가족과 여행이라도 가려면 적어도 점심시간 전에 퇴근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제도가 엄격해 ‘유연근무’란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2시간 조기 퇴근을 하려면 부족한 근무시간을 월~목에 30분씩 더 일해 채우게 된다. 그런데 30분 연장근무는 조기퇴근을 하는 주에만 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B 사무관은 “이렇게 되면 금요일 조기퇴근을 위해 실제 할 업무가 없는데도 그 주에 30분간 사무실에 남아있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며 “한 달에 한 번만 조기 퇴근이 가능하므로 일주일이 아닌 한 달 안에 2시간 근무를 채울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밤 불을 밝히고 있는 정부세종청사의 모습[뉴시스]

지난달 9일 밤 불을 밝히고 있는 정부세종청사의 모습[뉴시스]

반면 조기 퇴근을 통해 밀린 집안일이나 취미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섞인 반응도 많다. 한 경제 부처 과장은 “(조기퇴근을 하면)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춰 아이와 함께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가족과 저녁 식사를 여유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주무관 C씨는 “일찍 퇴근하면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헬스장에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도가 민간으로 확산할 수 있으려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경제부처 실장은 “1990년대 후반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할 때도 정부에서 먼저 시행했는데 당시엔 변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 민간으로 확산이 됐다”며 “하지만 내수 진작을 위해 갑자기 도입한 이번 제도는 실제 효과가 없으면 민간에서 따라오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산하 기관에선 제도를 개선해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부 산하 공기업 직원 D씨는 “회사에서 금요일 12시에 퇴근하고 월화수목에 30분보다 더 일하는 방안 마련하고 있다”며 “하루에 최소 4시간만 근무하면 그 선에서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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