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장시호 “이모가 삼성동에 있는 돈으로 정유라 모자 돌보라 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장시호씨(가운데)가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장시호씨(가운데)가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최순실(61)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집에 보관한 돈으로 딸 정유라(21)씨와 손자를 키워달라는 부탁을 조카 장시호(38)씨에게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최씨의 재판에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증인으로 나온 장씨를 상대로 수사 당시의 진술 내용을 다시 물었고, 장씨는 “최씨가 ‘삼성동 2층 방에 돈이 있으니 정유라 모자를 그 돈으로 키우라’고 했다”는 내용을 재확인했다.

장씨, 최순실 재판에 출석해 증언 #‘삼성동 2층 방, 유주 유치원’ 메모 #작년 12월 중앙지검 조사실서 받아 #“뜻 이해 못하자 귓속말로 설명” #최씨 “사실 아닌 것을 폭로” 비난에 #장씨 “손바닥으로 그만 하늘 가려라”

이날 법정 증언과 중앙일보가 확보한 장씨의 진술 조서에 따르면 장씨는 국정 농단 사건으로 체포된 뒤 지난해 12월 4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조사실에서 최씨를 처음으로 만났다. 장씨는 이모 최씨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울면서 “살려달라”며 애원했다. 최씨는 조카와 함께 울다가 갑자기 귓속말을 하려고 했다. 장씨가 ‘못 알아듣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가로젓자 최씨는 “물을 마시고 싶다”며 검사가 자리를 비우게 한 뒤 테이블 위에 있던 볼펜으로 A4 용지에 ‘삼성동 2층 방’ ‘유주 유치원’이라고 적었다. ‘유주’는 정씨의 아들 이름이다. 장씨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물음표를 그리자 최씨는 다시 검사에게 물을 가져다달라고 하면서 장씨를 끌어안고 귓속말을 했다고 한다. “잘 들어. 삼성동 2층 방에 돈 있어. 열쇠는 방 과장한테 있어. 유연(정유라씨 개명 전 이름)이, 유주 그 돈 갖고 키워”라고 말했다는 게 장씨의 진술 내용이다. 검사가 돌아오자 최씨는 다시 흐느끼면서 “유진(장시호씨 개명 전 이름)이한테도 물 한 잔 갖다주세요”라고 한 뒤 다시 귓속말로 “삼성동 경비가 널 모르니 이모 심부름을 왔다고 하면 문 열어줄 거야”라고 말했다.

장씨는 “이모가 말한 돈이 박 전 대통령의 것인지, 최씨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씨가 평소 현금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사저에 현금을 뒀다고 생각했다. ‘유연이, 유주 그 돈으로 키워’라는 말을 통해 최소한 수억원 이상의 큰돈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모와 대통령이 일반인이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뗄 수 없이 가까운 사이였다”며 “최씨가 삼성동 사저를 관리하고 수리 등 자잘한 일들을 처리해주며 비용도 대신 지불했다”고도 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당시 삼성동 집을 압수수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저 내부를 압수수색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고, 그 돈이 당시 수사 대상이 되는지도 불분명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해서는 “이모가 ‘30분 후에 입금 될 것’이라고 밝힌 당일에 삼성이 5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영재센터로 보냈다”고 증언했다. 이어 “이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요청한 걸로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씨는 조카 장씨의 증언 내용을 부인하며 언쟁을 벌였다. 최씨는 ‘삼성동 돈’과 관련해 “그때 검사와 조사관이 다 있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상황이 안 됐다”고 주장했다. 장씨를 향해서는 “사실이 아닌 걸 너무 폭로성으로 하니까 당황스럽고 당혹스럽다”고 비난했다. 이에 장씨는 “손바닥으로 그만 하늘을 가려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