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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서 시진핑 주석이 쩔쩔맨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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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판스잉(范世平) 국립대만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 홈페이지]

[출처: 판스잉(范世平) 국립대만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 홈페이지]

지난 6~7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세기의 회담이 열렸다. 세계의 양대 스트롱맨 지도자로 주목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만남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중 정상회담, 알고보면 시진핑 국내 마케팅용” #한 대만학자의 도발적 해석

회담 보름이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시진핑 주석에게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회담의 일거수 일투족, 한마디 한마디에 관련국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반증이다.

180㎝키에 100㎏인 시진핑과 192㎝에 107㎏인 트럼프는 카메라 앞에서 큰 키 차이 없이 어깨를 마주해 대등한 지도자 임을 세계에 과시했다.

그런데 반론이 나왔다.
회담은 시진핑의 국내 마케팅용이다. 시진핑은 스트롱맨 지도자가 아니다.
대만의 판스잉(范世平) 국립대만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가 도발적 해석을 내놨다. 과연 어떤 논리인지 따라가 보자.

판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을 촨시후이(川習會, 트럼프 시진핑 회담의 대만식 명칭, 중국의 시터후이(習特會)와 다르다)라고 부른다. 대만의 시각으로 재평가했다는 의미다.

촨시후이는 지난 6~7일 이틀간 열렸다. 첫 만남은 서로 탐색전에 불과하다.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을 보여주는 예상왕래(禮尚往來)면 충분하다. 큰 원칙만 거론할 뿐 세부 각론은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다시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틀리지 않았다. 외교안보·전면경제·법집행&인터넷안보·사회인문 등 4개의 대화 메커니즘을 만든 것을 제외하고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시진핑은 조급했다. 이미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트럼프를 두 번 만났다. 시진핑이 뒤질 수 없었다. 중국 공산당 내부의 시진핑 반대파가 그의 대미 정책이 실패했다며 비판할 수 있다. 올 가을 19차 당대회 이전에 반드시 트럼프를 만나야만했다. 시진핑에게 촨시후이의 주요 목적은 국내 마케팅이다. 트럼프의 연내 중국 국빈방문 승낙으로 시진핑은 목표를 달성했다.

트럼프는 대선 경선 때부터 지금까지 베이징을 줄곧 비난했다.  중국 매체는 반박하지 않았다. 지난 3월 19일 시 주석은 틸러슨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시진핑은 촨시후이를 망치거나 트럼프가 돌연 회담을 취소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세계는 시진핑 방미 기간 동안 트럼프가 돌연 시리아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일단 폭격이 이뤄지자 모든 언론의 촛점이 이동했다. 촨시후이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시진핑의 미국 국빈방문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을 방문했다. 언론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교황이 독점했다.

[출처: 판스잉(范世平) 국립대만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 홈페이지]

[출처: 판스잉(范世平) 국립대만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 홈페이지]

트럼프의 시리아 공격은 일석이조를 넘어 일석다조(一石多鳥) 효과를 거뒀다. 국내적으로 정의감과 강력한 리더십을 과시했다. 화학무기를 사용한 알 아사드를 응징해서다. 예상대로 많은 나라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심지어 미국 민주당 의원들도 동참했다. 시리아 배후는 러시아다. 트럼프 당선을 러시아가 도왔다는 연계설도 청산했다. 무엇보다 시진핑 앞에서 벌인 무력 시위의 효과는 컸다. 오늘은 시리아지만 내일은 북한일 수 있다는 경고를 날렸다. 시진핑에게 서둘러 김정은을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안한다면 미국이 그를 참수하거나 한반도를 무력통일한다고 했다. 시진핑의 체면을 깎겠단 의미다. 그렇게 되면 시 주석은 심지어 하야도 가능하다. 시진핑은 작은 동생도 관리를 못한 종이호랑이로 전락한다. 북한을 미국에 헌상했다는 내부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사실 미국의 김정은 참수는 ‘공포탄’이다.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추가 핵실험을 막도록 하는 압박카드다. 못한다면 중국이란 형님은 가짜일 뿐이라는 글로벌 선전효과도 노렸다. 중국이 김정은을 달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북한 석탄 수입 재개, 전세기 확대 조치가 나온 이유다(하지만 판 교수의 석탄 수입 재개는 거짓으로 확인됐다). 김정은은 이번 게임의 최대 승자다. 특히 중국은 시리아 무력 제재를 줄곧 반대해 왔다. 트럼프는 미사일 발사를 명령한 뒤 만찬장에서 시진핑에게 이야기했다. 시진핑 입장이 곤란해졌다.

시진핑은 트럼프의 시리아 공격이 즐거울리 없었다.
아마 그날 밤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하지만 참았다.
트럼프를 대하는 시진핑의 태도는 유약했다. 만찬장에서 트럼프는 시진핑 앞에서 원망했다. “이미 오래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수확이 없다. 전혀 없다.” 트럼프의 발언에 시진핑은 반격하지 않았다. 스트롱맨의 태도가 아니었다. 시진핑의 미국에서 태도는 연약했다. 온화하고, 선량하고, 공경하고, 검소하고, 양보했다. 과거 대외적으로 보여줬던 강경함이 모두 책략이자 수단에 불과하고 조정 가능함을 증명했다. 시진핑의 실무적인 성격도 보여줬다. 더 강한 트럼프 앞에서 정치적 스트롱맨의 태도는 쉽게 누그러졌다.

[출처: 판스잉(范世平) 국립대만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 홈페이지]

[출처: 판스잉(范世平) 국립대만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 홈페이지]

이번 시진핑 방미에 팡펑후이(房峰輝) 인민해방군 참모장이 동행했다. 김정은 참수작전이 의제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시진핑은 미국의 김정은 참수를 지지했을 수도 있다(물론 확인은 안되는 판 교수의 주장이다).

북한은 이미 중국의 부담이자 위협이어서다. 제어하기 어렵고 중국의 대(對) 미국용 카드도 이미 아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계열인 상무위원 류윈산(劉雲山),  장가오리(張高麗), 장더장(張德江) 등은 북한과 밀접한 경제이익을 맺고 있기 때문에 김씨 왕조의 몰락에 반대한다. 중국 공산당 고위층 내부에서 북한 문제를 놓고 의견 불일치가 일어났을 수 있다. 사실 중국은 김정은이 만일 중국과 미국이 함께 북한을 공격하거나 중국이 미국과 한국의 대북 공격을 묵인한다면 김정은의 미사일이 서울과 도쿄 뿐만 아니라 베이징으로 날아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중국 고위층 내부의 북한 문제 분열설 역시 판 교수의 가설이다. 하지만 북중관계를 분석하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준다는 점에서 참고할 가치가 있다.)

글=베이징 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정리=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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