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을 위한 백점 파티』(백은하 글, 김재희 그림, 푸른숲주니어, 96쪽, 9000원)는 초등 저학년용 짧은 동화지만, 재미와 감동의 깊이가 만만찮다. 원유순의 『까막눈 삼디기』나 황선미의 『나쁜 어린이표』, 채인선의 『내 짝꿍 최영대』 등 오래된 히트작에서 느꼈던 가슴 찡한 여운이 연상되는 마무리다.
작품의 극적인 장치는 엄마 잃은 아이다. 일곱 살 때 사고로 엄마를 잃은 초등 3학년 대영이는 걸핏하면 친구를 때리고 시험은 늘 반타작인 고집쟁이 다. 갖은 문제 상황의 주인공은 대영이지만, 독자가 감정이입하 는 대상은 대영이의 동갑내기 사촌 바로다. ‘올백왕’ 바로는 소문난 모범생이지만, ‘대영이 고모’인 엄마는 아들 바로는 제쳐두고 늘 대영이 생각뿐이다. “우리 대영이가 한 과목이라도 100점 받아오면 근사하게 파티 한 번 하자”는 엄마 말이 바로의 마음을 냄비처럼 끓게 했다. 이야기는 바로 마음 속 질투심의 정체를 예리하게 뒤따라가면서 소심한 아이의 성장기를 따뜻하게 펼쳐낸다. “힘들었지?”란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 위력도 확인할 수 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