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꺅” 비명만 질러도 경찰 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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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사람 살려.”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의 여성화장실. 인적이 드문 이 곳에서 한 여성이 비명을 질렀다. 화장실 벽면에 설치된 비상벨은 이 소리를 감지해 사이렌을 울렸고, 112상황실에 신고자의 위치를 전달했다. 상황실엔 곧바로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이와 동시에 화장실 바깥쪽 벽면에 달린 경광등이 울려 주변에 긴급 상황을 알렸다. 신고한지 3분쯤 지나 인근에 있던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이 상황은 한강공원 여성화장실에 설치된 ‘음성인식 비상벨’의 작동 과정을 시연해 본 것이다. 이날 서울시는 11개 한강공원에 있는 전체 여성화장실(117곳)과 장애인화장실(23곳)에 음성인식 비상벨을 한 개씩(총 140개) 설치했다.

서울 한강공원의 여자 화장실에 설치된 ‘음성인식 비상벨’과 사용 안내판. 

서울 한강공원의 여자 화장실에 설치된 ‘음성인식 비상벨’과 사용 안내판.

유재룡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한강공원 여자화장실은 24시간 개방돼 특히 인적이 드문 밤 시간대에 범죄에 취약했다”면서 “피해자가 범행 발생 순간에 당황해 비상 버튼을 못 찾거나 누르지 못할 때를 대비해 음성인식 장치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비상벨은 위급 상황에 처한 여성의 음성을 인식해 112상황실에 연결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신고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순찰차가 즉시 현장에 출동한다. 경찰이 출동하는 동안 신고자는 이 비상벨을 통해 112상황실과 통화하며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 신고 이후 신고자의 응답이 없을 때도 경찰은 끝까지 현장을 찾아 확인한다.

화장실 입구에 설치된 경광등(왼쪽 맨위)은 비상벨이 여성의 비명을 감지하면 함께 울린다. 

화장실 입구에 설치된 경광등(왼쪽 맨위)은 비상벨이 여성의 비명을 감지하면 함께 울린다.

이전까지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공원 안내센터에서 출동했지만, 이젠 곧바로 112상황실에 접수돼 경찰이 출동하게 된 것이다. 비상벨은 화장실 벽면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됐고, 비상벨 사용법 등이 적힌 안내판도 화장실 내·외부에 부착됐다.

서울시는 이와 별도로 세면대가 있는 화장실엔 버튼식 비상벨(111개)도 추가 설치했다.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 중 한강공원에 있는 저해상도 폐쇄회로(CC)TV 121대를 200만 화소 이상 고해상도로 교체할 계획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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