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억 기부에 ‘140억 세금폭탄’ 어쩔 수 없나…대법원 오늘 최종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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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평생 일군 재산 거의 전부를 장학재단 설립에 기부했다가 140억원의 ‘세금폭탄’을 맞은 황필상(70) 전 수원교차로 회장에 대한 증여세 부과 처분 적법성 논란이 7년 5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는다.

황필상 전 수원교차로 회장의 세금 부과 취소 소송 7년5개월만에 종결 #1, 2심 판단 엇갈리자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해 오늘 2시 선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오후 2시 황 전 회장이 2009년 12월 수원세무서를 상대로 낸 세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의 최종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판례 수립을 위해 열리는 재판이다.

황 전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수원교차로 주식 지분 90%(당시 평가액 180억원)와 현금 15억원을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부했다. 아주대는 이 기부금으로 ‘구원장학재단’을 세웠다. 2003년부터 6년 동안 730여 명의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데 2008년에 수원 세무서가 재단 세무조사를 벌인 뒤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공익 재단 등에 현금이 아닌 회사 주식을 기부할 때에는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세금을 매기도록 한 것을 근거로 했다. 이 규정은 대기업 등에서 편법 상속‧증여를 막기 위해 생긴 것이었다.

황 전 회장의 기부가 순수하게 장학사업을 위해 이뤄졌고, 실제로 그렇게 쓰였다는 점을 세무서도 알았지만 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폈다. 황 전 회장은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2010년 수원지법은 “황씨가 재산을 빼돌리거나 편법으로 증여하려는 경우가 아닌데도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해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식의 과세 처분은 공익사업의 재원 확보에 지장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사안별로 예외적인 판결을 한다면 ‘자의적 재판’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며 1심을 뒤집었다.

재판이 7년 넘게 이어지면서 황 전 회장이 내야 할 세금에는 연체 가산세까지 붙어 225억원에 이르렀다. 기부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 황 전 회장은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가압류된 상태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백내장을 앓는 등 건강마저 해친 상태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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