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윤이상이 유럽과 아시아 문화 연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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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뉴욕타임스가 탄생 100주년 작곡가 윤이상(1917~95)에 대해 18일 보도했다. 클래식 음악 비평가인 레베카 슈미트는 베를린발 기사에서 “윤이상은 삶과 작품 모두에서 유럽과 동양 문화를 연결했다. 중국과 한국의 궁중 음악을 서양 악기와 형식에 적용했고 인간 중심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은 아시아의 전통 음악을 서양 아방가르드 기법에 녹이는 작곡가가 많지만 한국 작곡가 윤이상이 독일 도나우싱엔 축제에서 관현악곡 ‘예악’을 발표할 때는 다르다. 동아시아 관악기인 생황(笙簧)의 음색을 관현악으로 표현한 그의 시도는 획기적인 것이었다”며 윤이상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탄생 100주년, 작품세계·삶 조명 #감옥서 작곡한 첼로협주곡도 소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곡가 윤이상의 삶과 음악세계를 보도한 18일자 뉴욕타임스.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곡가 윤이상의 삶과 음악세계를 보도한 18일자 뉴욕타임스.

기사는 흑백 논리를 배제했던 윤이상의 동양적 사상 기반, 베토벤부터 리게티까지 포괄하는 서양 음악과의 관계 등을 두루 살폈다. 음악뿐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정치적 평가와 관련된 이야기도 포함됐다.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수감됐다가 당시 서독 정부의 항의와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의 구명 운동으로 독일로 돌아갔던 이야기를 적었다. 윤이상이 감옥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떠올리며 작곡한 첼로 협주곡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나아가 기사는 “남한과 북한이 모두 그를 민족 작곡가라 주장하지만 그의 생전에 활동 발판을 마련해준 곳은 북한이었다”면서 평양에 윤이상음악당과 윤이상음악연구소를 세우고 윤이상 평화음악축전을 연 사실을 지적했다.

한국은 물론 스페인, 오스트리아,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에서 열렸거나 열릴 예정인 기념 음악회도 소개했다. 지난 9일 경남 통영에서 막을 내린 통영국제음악제, 바르셀로나에서 20일(현지시간) 윤이상 현악 4중주 1번을 스페인 초연하는 한국의 앙상블 노부스 콰르텟, 오는 6월에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데니스 러셀 데이비스가 지휘할 오케스트라 공연, 9월에 경기필하모닉이 베를린에서 연주할 작품 ‘예악’ 등의 소식을 전했다. 윤이상의 첼로 협주곡 공연을 지휘하는 데이비스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윤이상은 평생을 사람들을 화합하는 데 바쳤다”며 거기엔 남북화해 뿐 아니라 한반도를 강점했던 일본에 대한 용서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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