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내 생애 특별했던 알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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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쯤이면 아르바이트가 아니고 직업으로 생각해도 되겠다. 단 세시간 아르바이트로 이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누구나 귀가 솔깃할 것이다. “신기하게 제가 만든걸 사람들이 사가요. 많이 남기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저도 신기해요.” 거리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알바를 한다는 엄지현(24, 성균관대)씨의 말이다.

◆AM 5:00 매장 오픈 준비중

“따르릉 따르릉~”
시끄럽게 알람 소리가 울리면 금방 일어나야 한다. 남들은 아직도 밤중인 시간이지만 엄양에겐 그날 판매할 샌드위치를 만들 시간이다. ‘이물질’이 하나라도 들어갈까 정신을 집중하지만 자신이 만든 것을 맛있게 먹을 학생들을 생각하면 마음은 가볍다. 이렇게 만드는 샌드위치는 하루에 100개 내외. 처음에는 수량을 못 맞췄지만 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이제는 딱 맞는다고.

그날 판매할 수량이 완성되고 집 근처의 학교(일산정보고) 앞으로 나가는 시간은 7시. 이제는 판매하는 시간이다. 낯익은 단골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정신없이 한시간 정도 팔다 보면 가져간 수량은 모두 동이 난다. 8시까지는 바로 학생들의 등교시간. 이렇게 아침 세시간 알바는 끝이 난다. 한달 평균 150만원정도 수익으로, 많게는 180만원까지가 그녀의 매출장부다.

◆스트릿(Street) 블루오션

그렇다면 하루도 아니고 매일 사람들이 구입을 하는 이유가 뭘까. 엄양은 “매일 웃으면서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니깐 그런 것 같다” 라고 말하며 “또 재료를 아낌없이 넣고 음식에 정성이 들어가 그런 것 같다”고 비법을 살짝 귀뜸한다. 가격은 1000원이지만 내용물은 정말 푸짐하다고. 늘 손님들은 ‘밑지는거 아니냐’고 가격을 올리라고 하지만 본인은 도저히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저는 샌드위치 사세요 라는 말은 안해요. 오히려 웃으면서 좋은 아침이에요. 활기찬 하루 보내요.라는 말을 해요” 라며 본인의 비결을 덧붙인다.

그녀의 주고객은 ‘스트릿마켓’ 바로 앞 학교로 등교하는 고등학생. 물론 출근하는 직장인과 입맛 ‘깐깐한’ 주부들도 그녀의 고객이다. “처음엔 재고가 정말 많이 남았어요. 그러다 지각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나오니 단골도 많아진 것 같아요”라며 쑥스럽게 웃는다. 그녀의 샌드위치에는 특별한 레시피가 하나 더 있다. 샌드위치 사이에 넣어주는 쪽지가 바로 그것. 시나 명언을 써서 하루를 보람차게 시작했으면 하는 그녀의 바람이다. 종종 단골들에겐 편지를 적어 넣기도 한다는데 “불우한 아이들이 많아서 마음을 열어 진심으로 대한다”라고 말한다.

그녀가 처음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젊을 때 뉴욕에 한번 가야겠다 마음먹고 할 일을 찾다가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아침마다 학생들이 컵라면을 들고 등교하는 모습을 보고 난 후 그 학교에는 매점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알바를 넘어 장학금까지?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알바라 학생들의 방학은 지현씨에게도 ‘방학’이다. 그래서 방학식 날 선생님들의 몫인 샌드위치 50여개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소정의 장학금을 전달했다고 한다. “가끔 지각하는 학생들은 제가 하나씩 줘요. 그리곤 지각하지 말라고 꼭 이야기해요” 이제는 고민 상담도 해주고 문자를 주고받는 아이들도 많아졌을 정도로 아이들에겐 이젠 없어선 안될 존재다. 지각습관을 고치는 아이들을 보면 본인도 보람차다고.

사학을 전공하는 그녀의 꿈은 스스로의 힘으로 교육대학원에 진학하여 불우한 아이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상담교사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원할 때까지는 계속 이 일을 할 것 같아요. 돈이 모이면 학생들을 위해 공부방을 마련해주고 싶어요”라며 소박한 자신의 꿈을 비쳤다.
[최중혁/성균관대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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