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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챗봇이 어떤 곳에 쓰이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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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인터넷은행 시대를 맞아 금융권에서 챗봇을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챗봇이 뭔가요. 은행 외에는 어떤 곳에서 쓰이나요.

AI·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기본 #무슨 커피를 마실까? 물어보면 #소비패턴·날씨 따라 음료 추천 #농협 ‘금융봇’ 대신증권 ‘벤자민’ #계좌관리, 공인인증서 안내해줘 #DB에 없는 질문엔 엉뚱한 대답도

로봇이 고객 응대 … 홈쇼핑 주문도 호텔 예약도 빨라지죠"

A틴틴 여러분, 친구들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눠본 적 있으시죠. 카카오톡이나 라인, MSN, 네이트온처럼 상대방과 대화하는 채널인 메신저는 현재 수십 개가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이들 메신저에서 여러분과 채팅하는 상대방은 바로 가족, 친구, 동료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실재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상의 대화 상대와 대화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습니다. 채팅하는 로봇이라는 뜻에서 챗봇이라고 이름이 붙었지요.

기계가 사람 대신 답을 한대서 로봇이라는 단어가 사용됐지만 엄밀히 말하면 챗봇은 ‘정해진 응답 규칙(Rule)에 따라 사용자의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구현한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주문할 때 챗봇으로 어떤 커피를 마실지 물어보게 되면 사용자의 기존 취향을 토대로 추천을 해주기도 하고, 음성 주문도 가능합니다. 이베이의 쇼핑 챗봇인 샵봇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찾아주는 검색기능도 제공하고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제품을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챗봇이 고객과 속 깊은 대화를 하고, 원하는 답변을 척척 내놓으려면 어떤 기술이 필수일까요. 바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입니다. 어떤 소비자가 겨울에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셨지만, 여름에는 시원한 딸기 주스를 주로 주문하더라, 같은 여름날에도 아침이냐 저녁이냐에 따라 소비 패턴이 어떻게 달라지더라 등등 수많은 데이터를 쌓아 놓고 분석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맞춤형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챗봇 개발은 ‘대화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 것도 대화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입니다.

자료:트래디카·미래창조과학부·KT경제경영연구소

자료:트래디카·미래창조과학부·KT경제경영연구소

국내 산업계도 최근 챗봇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고객 상담이 중요한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은행, 보험사부터 음식 배달, 숙박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까지 적극적으로 챗봇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예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홈쇼핑으로 물건을 살 때 가장 불편한 점 중 하나가 ‘기다림’입니다. 전화로 상품 주문이나 문의를 하려면 최소 3~4분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LG CNS는 최근 ‘톡 간편주문’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챗봇을 통해 주문을 받고 상품과 관련한 상담도 할 수 있습니다. TV 홈쇼핑을 시청하다가 스마트폰을 켜서 실시간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현재 GS홈쇼핑과 CJ오쇼핑에서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한 톡 간편주문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을 할 때도 챗봇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배송과 재고 상황 같은 질문에 자동 응답하는 ‘쇼핑봇’을 개발해 약 500개의 입점 쇼핑몰과 기업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료:트래디카·미래창조과학부·KT경제경영연구소

자료:트래디카·미래창조과학부·KT경제경영연구소

은행, 보험, 증권사 등 금융 업계도 챗봇을 이미 도입했거나 서비스를 준비 중인 곳들이 많죠. 지난해 11월 농협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카카오톡 기반의 챗봇 서비스 ‘금융봇’을 출시했습니다. 다른 시중 은행들도 챗봇 서비스를 개발 중이거나 시범 운영 중에 있습니다. 대신증권의 경우 금융, 계좌, 관리, 공인인증서를 안내하는 ‘벤자민’을 도입했습니다. 모바일앱 고객 센터와 연계해 대화창으로 금융투자 상품과 제도 등의 문의를 해결해 줍니다. 이 밖에 라이나생명은 ‘챗봇’, 동부화재는 ‘프로미 챗봇’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들도 챗봇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숙박앱 ‘여기어때’는 챗봇 ‘알프레도’를 통해 예약 문의를 받거나 숙소를 추천해 줍니다. 사용자가 지역명, 인원수, 가격대 등을 메시지로 입력하면 이를 분석해 숙소를 추천합니다. 배달음식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주문 접수와 음식 메뉴를 추천하는 챗봇 개발에 100억 원을 투입한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산업현장에 챗봇이 확산되는 이유는 비용 절감과 고객만족도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체에 걸려오는 고객 상담 전화는 약 70%가 배송, 주문 변경, 가맹점 위치 문의라고 합니다. 굳이 값비싼 인건비를 들이지 않더라도 알고리즘을 잘 구현한 챗봇만 작동시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문의사항들입니다.

소비자들 역시 상담원을 기다릴 필요가 없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챗봇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습니다.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의 조사에 따르면 자연어 처리 기술과 머신 러닝 시장은 연평균 55% 이상 성장해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5조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챗봇이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혁신 기술은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에 PC 기반의 메신저(MSN메신저, 네이트온)에서도 제공했던 기술이었죠. 메신저 기술을 바탕으로 증권 정보, 뉴스 정보 같은 서비스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대표적인 국내 서비스로는 메신저로 말을 걸면 자동으로 응답해주는 이스메이커(ISMAKER)사의 ‘심심이’라는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접근성이 스마트폰에 비해 낮았던 측면이 있어 기업들이 마케팅이나 커머스 채널로써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PC 메신저가 로그인 기반의 서비스이다 보니 로그오프를 했을 때는 대화가 단절된다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죠.

그러나 현재의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는 항상 접속해 있는 상태가 유지되므로 챗봇을 비즈니스 마케팅 채널이나 커머스 채널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챗봇의 진화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아직 한계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챗봇이 아직은 정형화된 질문에만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질문을 돌려 말하거나 우회적으로 표현하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질문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잘못된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직은 물품 구매 및 단순 안내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활동하고 있지요.

그러나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어떤 질문도 알아듣고, 필요한 답을 척척 내놓는 챗봇이 등장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방대한 바둑 자료를 바탕으로 인간계 최고 바둑 고수들을 격파한 일이 챗봇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최근 MS가 공개한 AI 챗봇 ‘조’는 정보를 대신 검색해 알려주고 사람의 감정을 파악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챗봇에는 상황에 따라 먼저 말을 거는 신기술까지 적용돼 있다고 합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S8에 장착한 AI 빅스비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유사 제품을 아마존에서 추천해주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앞으로 사진이나 그림 인식, 음성 인식 같은 기술이 챗봇 속 인공지능과 결합하면 미래에는 사람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는 AI 상담원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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