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군, 동성애자 색출 위해 함정 수사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3일,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육군 중앙수사단이 동성애자 군인 색출을 위해 반인권적 수사 기법을 동원했다고 폭로했다. 이현 기자

지난 13일,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육군 중앙수사단이 동성애자 군인 색출을 위해 반인권적 수사 기법을 동원했다고 폭로했다. 이현 기자

최근 내부 동성애자 색출 논란에 휩싸인 육군이 '게이 데이팅 앱'을 이용해 '함정수사'를 펼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센터)는 17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이 법적 절차를 준수하며 수사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르며 함정수사·압수수색 영장 불법 집행 등 불법 수사 기법을 총동원했다"고 밝혔다.  

앞서 13일 센터는 "육군 중앙수사단(중수단)이 올해 초 전국 부대 곳곳에서 동성애자 군인 색출에 나섰고, 이 수사 과정에서 온갖 반인권적 기법이 동원됐다"고 폭로했다. 이에 육군은 "현역 군인이 동성 군인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SNS에 올려 관련자들을 법령에 따라 입건해 조사 중"이라며 "수사는 인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한 가운데 법적 절차를 준수해 진행되고 있으며 동성애 장병의 신상 관련 비밀을 보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센터는 동성애자 색출을 위해 중수단이 동원한 기법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센터 임태훈 소장은 "(중수단) 홍학교 수사단이 G 중사에게 게이 데이팅 앱에 접속해(동성애) 군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라고 한 뒤 (앱에서 메시지가 온) H 중위의 얼굴 사진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는 "성관계를 위한 '번개'(일회성 즉석만남)를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하는 것으로 명백한 함정수사이며 불법행위"라 설명했다.  

또 센터에 따르면 중수단은 동성애자 군인 명단 확보를 위해 강압적 진술 요구, 반강제 휴대전화 포렌식(forensic) 등을 이용했다. 임 소장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동성애자 군인의 신상을 진술하게 했다"고 전했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제254조에 따르면 지휘관 등의 적극적인 동성애자 식별 활동은 금지돼 있다.  

이날 센터는 수사를 지시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장 총장과 수사관 4명을 헌법상, 평등권, 인격권, 행복 추구권 등의 침해와 영장주의 위반을 사유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반면 군형법 상 동성애 금지 조항을 강화해 기강을 확립, 동성애를 비호 조장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제기 됐다.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바른군인권연구소 등 316개 단체는 "현역 군인이 동성애 영상을 찍어 SNS에 올렸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복무규정을 위반한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군 동성애 실태는 매우 심각하며 지금까지 은밀히 진행돼 거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며 "국방부 차원에서 해군, 공군, 해병대까지 군 동성애 실태를 파악해 군 기강 문란행위 관련 법령에 의거해 처리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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