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진 8·15 … 보수-진보, 勢대결 대규모 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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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광복절인 15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각각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에 따라 휴일 도심 교통체증이 극심했으나 다행히 양 진영 간 충돌은 없었다.

자유시민연대.재향군인회.자유민주민족회의 등 보수단체는 이날 오후 4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만5천여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건국 55주년 반핵.반김정일 8.15국민대회'를 열었다.

이철승 공동대회장은 대회사에서 "한총련.전교조 등 친북 좌익 세력들이 반미.반전의 슬로건을 내걸고 정통 보수세력을 협박하고 있다"며 "범 국민적으로 뭉쳐 반미.친북 세력을 몰아내고 대한민국을 지키도록 총궐기하자"고 호소했다.

탈북자 지원활동을 펴고 있는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도 대회장에 나와 "김정일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저지르고 있는 만행은 인류 전체에 대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교단과 노동현장 등 사회 곳곳에 침투한 친북 좌경 세력의 발호를 직시하고 반국가 용공세력을 척결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행사 도중 김정일 초상화와 북한 인공기.핵무기 모형을 불태웠으며, 오후 6시20분쯤 집회를 마치고 서울역까지 행진했다. 행사에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박주천 사무총장 등 야당 의원 6명이 참석했다.

통일연대.한총련.여중생범대위 등 진보단체도 오후 4시부터 서울 종로1가 제일은행 앞 네거리에서 1만3천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반전.평화 8.15 통일 대행진'행사를 했다.

나창순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6자 회담이 곧바로 한반도 평화를 보장해 주지 않는 만큼 6.15 공동선언의 기치 아래 민족 공조를 실현해 겨레의 힘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 위협을 중단해야 하며, 북한에 대한 침공 의사가 없다면 북.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해 국제사회에 문서로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공연 행사에선 가수 안치환과 노래패 '꽃다지'등이 출연해 반전.평화를 상징하는 예술공연을 했다. 주최 측이 미리 준비한 미군 모형 탱크를 부수는 퍼포먼스도 열렸다.

참석자들은 오후 8시쯤 종로 교보문고 앞에서 한시간 가량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를 한 뒤 경희대 노천극장에 모여 '8.15 민족대회 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경찰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의경 1백14개 중대 1만1천4백명을 동원해 행사장 주변에 배치했으며, 행사 참석자들에게서 일부 시위용품을 압수했으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정하.고란 기자

사진=김상선, 변선구 기자

<사진 설명 전문>
1.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반핵.반김정일 8.15 국민대회'를 열고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 15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열린 '반전.평화 8.15 통일대행진'행사에 참석한 통일연대.민주노총 등 진보단체 회원들이 촛불을 들고 반전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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