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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테러리스트 北 김정은에게 보내는 스타일링 꿀팁

중앙일보

입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패션 테러리스트에 가깝다. 1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 그는 평소 즐겨 입는 인민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나타났다. 그의 사진을 남성 패션 전문 스타일리스트 2명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들었다.   

김정은

김정은


이날 행사는 북한이 최대 명절로 기념하는 소위 ‘태양절’ 경축 기념식이다.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이 태어난지 105년이 되는 날로, 김정은은 외신기자들까지 대대적으로 초청해 열병식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부터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 등, 전세계 모두가 이 열병식을 주목했다.

비싼 원단인데 스타일은 고급지지 않아 #소위 '패기머리'는 얼굴만 커보이게 해 #연한 넥타이 컬러는 '축하' 뜻으로 잘 선택

이런 자리를 위해 그가 선택한 옷은 검은색 스트라이프 원단의 양복이다. 흰 색 셔츠를 받쳐 입고 광택이 도는 아이보리색(또는 은색) 보이는 넥타이를 맸다. 거구인 그의 몸집을 고려해 핏(fit)은 넉넉했다. 최근 트렌드는 바지 기장은 살짝 짧게 입어 발목을 드러내고 양말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올해 만 33세인 김정은 위원장도 시도해봄직한 스타일이지만, 적어도 이날 열병식에선 '아재 스타일'을 고수했다.

김여정(왼쪽 두번째) 노동당 부부장이 15일 평양 김일성광장 군사퍼레이드 관람석에서 오빠 김정은 당 위원장이 살펴볼 참고자료를 준비해주고 있다. 왼쪽 흰색 군복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유투브 화면 캡처]

김여정(왼쪽 두번째) 노동당 부부장이 15일 평양 김일성광장 군사퍼레이드 관람석에서 오빠 김정은 당 위원장이 살펴볼 참고자료를 준비해주고 있다. 왼쪽 흰색 군복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유투브 화면 캡처]

먼저, 남성 패션 전문가인 이헌 스타일리스트의 총평.

“고급스러운 취향의 아닌 옷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이즈를 고려하면 맞춤복인데, 고급져 보이질 않는다. 양복을 즐겨 입은 할아버지의 카리스마를 따라하려고 한 것 같은데, 딱히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역시 남성 패션 전문 스타일리스트인 박만현씨는 이렇게 평가한다.

“살이 쪄서 블랙을 택한 거 같은데, 장례식장 분위기가 난다. 네이비(남색)를 택했으면 더 나았을 것.”

두 스타일리스트들은 그러나 김정은이 택한 넥타이 색에는 좋은 점수를 줬다. 이헌씨는 “축하를 한다는 의미로 남성들이 아이보리나 흰색 계열을 맬 때가 있다”며 “축하의 의미와 예를 갖추는 뜻으로 이 색을 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만현씨도 “타이는 색깔이 괜찮은데 셔츠를 너무 꽉 끼도록 맞춰서 답답해보이고, 얼굴도 거 커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의 헤어 스타일은 박하디 박한 평가를 받았다. 북한에선 ‘패기머리’라고 부르는 스타일이다. 박만현씨는 “투 블럭 헤어”라고 불렀다. 누가 이 머리를 할까. 그에 따르면 “머리 큰 남자들이 즐겨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이 스타일을 하면 머리가 조금 작아보인다는 생각으로 한다는 것. 그런데, 박만현씨에 따르면 착각이란다. 오히려 머리가 더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

양복의 핵심인 원단의 질은 어떨까. 두 스타일리스트 모두 “원단 자체는 좋아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윤기가 흐르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원단이라는 것. 그러나 문제는 핏이 좋지 않아 양복 자체가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일각에선 김정은이 이날 인민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나온 것을 두고 국제사회를 향해 “이제 대화를 하자”는 의미라고도 해석했다. 군 출신으로 경남대에서 북한을 강의하는 김동엽 교수는 “말도 안 되는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1945년 10월14일, 평양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김일성장군환영' 평양시민대회때 양복차림의 김일성.그의 왼쪽 가슴에 단 소련훈장을 만지고 있는 사람은 蘇25軍 정치담당관 메크레르 중좌, 오른쪽은 25軍 정치사령부 통역관 강미하일 소좌.

1945년 10월14일, 평양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김일성장군환영' 평양시민대회때 양복차림의 김일성.그의 왼쪽 가슴에 단 소련훈장을 만지고 있는 사람은 蘇25軍 정치담당관 메크레르 중좌, 오른쪽은 25軍 정치사령부 통역관 강미하일 소좌.

패션에도 일가견이 있는 김 교수는 “이날의 주요 시청자는 북한의 인민”이라며 “이젠 선군(先軍)이 아닌 선민(先民)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이며, 국제사회엔 이제 자신이 ‘보통 국가의 대통령’과 같은 존재라고 선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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