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골 포문 … 포백도 다시 '짱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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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김남일(왼쪽)이 갤럭시의 타이론 마셜과 공을 다투고 있다. 한국이 3-0으로 승리해 LA 공식경기 17년 무승 징크스를 깼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사자의 포효가 굳게 닫혔던 천사의 마음을 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9일(한국시간) '천사의 도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홈디포센터에서 벌어진 미국프로축구 LA 갤럭시와의 평가전에서 '라이언 킹' 이동국(포항)의 통렬한 선제골 등으로 3-0 완승을 거뒀다.

전반 22분 이동국이 날린 25m짜리 왼발 슛에 교포들은 모처럼 시원하게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동국의 이번 전훈 첫 골이었다.

한국은 1989년 말버러컵 3~4위전에서 미국을 꺾은 이후 17년간 이어져 온 LA 공식경기 무승(8무5패)의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후반 19분 김두현(성남)이 추가골을 넣었으며 2분 뒤 정경호(광주)의 어시스트를 받은 이천수(울산)가 쐐기골을 넣었다. 이천수는 오른쪽을 휘저으며 1골.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3-0이라는 화끈한 점수만큼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니었다.

아드보카트는 "한국이 미국에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하는데 오늘 세 골은 모두 멋진 골이었으며 골을 넣을 상황이 더 있었다. 그러나 전반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상대 선수를 너무 열어줬다"고 말했다.

갤럭시의 스티브 샘슨 감독은 "우리 팀은 전력의 45%도 안 됐다. 국가대표 5명이 빠졌고, 훈련을 시작한 지 2주도 안 됐다. 한국은 모든 포지션에서 강했고 빨랐다. 특히 14번(이천수)이 20번(이동국)의 첫 골을 어시스트할 때 볼 터치가 훌륭했다. 세계 수준의 골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오른쪽에서 우위를 잡으며 경기를 주도했다. 윙포워드 이천수의 돌파가 좋았고 윙백인 조원희(수원)의 공격 가담도 활발했다.

포백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김동진(서울)-김진규(이와타)-최진철(전북)-조원희로 이어지는 한국의 포백은 베테랑 코비 존스가 이끄는 갤럭시의 공격을 잘 막았다. 전반 실점 위기는 수비 실책이라기보다 미드필더의 실수였다.

아드보카트는 포백 수비에 대해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우리가 4-3-3이나 3-4-3을 모두 쓸 수 있는 옵션을 가지게 된 점이 중요하다"며 포백 수비 실험에 만족해했다. 아드보카트는 사실상 승리가 확정된 후반에도 수비진을 교체하지 않고 호흡을 맞추게 했다. 아드보카트는 "코스타리카전(12일 오전 8시.오클랜드)에 나갈 선수들은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코스타리카전과 멕시코전(16일 낮 12시30분.LA) 두 경기 중 한 경기는 시험무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LA=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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