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로 확대되는 이랜드 자금난…이랜드파크 협력사 대금도 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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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의 자금난이 외부로 번지고 있다. 애슐리· 자연별곡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가 수백억 원의 협력업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임금 체불 이어 협력업체 대금 지급 연기 #협력업체 미지급금 350억원, 5~6월 300억원 추가 지급해야 #협력업체 불안감 고조…간담회 잇따라 열어

13일 이랜드에 따르면 이랜드파크가 협력업체에 계약일을 넘겨 지급하지 못한 미지급금이 350억원이다.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는 70곳이 넘는다. 이미 제품을 납품한 협력업체에 이랜드파크가 5~6월 중 지급해야 할 금액도 300억원이다. 이랜드 측은 “이랜드파크의 호텔과 리조트 사업 부문이 부진한 데다가 금융권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일부 대금 지급이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의 불안감이 커지자, 이랜드파크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에서 협력업체 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11~13일 사흘 동안 하루 세 차례씩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이랜드의 자금 마련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랜드파크는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이랜드파크 소속 매장 360곳에서 4만명이 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총 83억7200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유동성 위기가 커지면서 이랜드파크를 포함해 이랜드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했다. NC백화점·뉴코아아울렛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마저 연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협력업체 대금 미지급 사태까지 벌어지자 이랜드의 자금난이 외부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금 지급 연기가 알려지자 이랜드의 매각 협상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는 애슐리·자연별곡 등 이랜드파크의 외식사업부를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주부터 약 6주간 실사가 진행된다. 이번 매각은 이랜드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의 하나로 거래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협력업체 대금 지연 이슈는 이랜드의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랜드는 상반기 안에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미납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규진 이랜드그룹 상무는 “유입되는 자금이 있으면 우선 협력 업체 대금부터 지급하고 있다”며 “사업부와 부동산 매각을 통해 늦어도 6월까지는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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