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부품 등 싣고 리비아 가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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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99년 6월 인도에서 억류된 북한 화물선 구월산호는 스커드미사일 제작과 관련된 일체의 기술과 장비를 싣고 리비아로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4일 보도했다. 구월산호의 목적지는 지금까지 파키스탄으로 알려져 왔다.

신문에 따르면 99년 4월 10일 북한 남포항을 떠난 구월산호는 태국에 기착, 1만4천t의 설탕을 실었다. 당초 설탕은 알제리에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계약이 취소되면서 구월산호는 설탕을 인도에 팔기 위해 칸들라항에 들렀다. 그러나 인도 당국은 이 배가 '금수(禁輸)'품목을 적재하고 있다는 정보를 이미 귀띔받고 기다리고 있었다.

인도 당국이 수색을 실시하려 하자 구월산호 태민훈 선장은 평양으로 긴급전문을 보냈다. 잠시 뒤 북한에서 전문이 전달됐다. "무슨 일이 있어도 화물칸을 보여주지 마라."

결국 인도 당국은 군병력을 투입, 선장 이하 44명의 선원 전원을 체포하고 수색을 실시했다. 화물칸 나무상자에서는 스커드미사일의 탄두, 유도장치, 미사일 조립 장비가 발견됐다. 미사일 부품 중에는 일본제 및 중국제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스커드는 소련이 개발한 사정거리 3백~5백㎞의 미사일이다.

특히 한 나무상자에는 스커드미사일의 설계, 조립, 운용을 위한 자세한 설계도와 설명서가 고스란히 발견됐다. 당시 인도 현장에서 북한제 미사일을 분석했던 무기 전문가 티모시 매카시는 "미사일 설계도가 리비아에 들어갔더라면 중동에서 미사일 기술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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