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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차지한 ‘화성시 코리요’ 단숨에 우승 후보 0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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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올해 KB리그 선수 선발식은 감독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사진은 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 [사진 한국기원]

올해 KB리그 선수 선발식은 감독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사진은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 [사진 한국기원]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선수 선발식이 열린 12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 선수들이 하나씩 호명되자 장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감독이 선수 한 명을 뽑는 데 주어진 제한시간은 60초. 진행을 맡은 김지명 바둑TV 캐스터가 감독들을 재촉했다. 시간을 다 채워 고민하던 감독들이 결심한 듯 마이크를 잡고 선수 이름을 불렀다.

2017 KB 바둑리그 선수 선발 #이세돌 ‘신안천일염’에 다시 발탁 #최장 3년 보호선수 기간 끝나 이동 #“소속선수 자주 교체돼 소속감 낮아 #프로구단제 도입해 연대감 높여야”

올해 KB리그 선수 선발식은 감독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사진은 포스코켐텍 김성룡 감독.[사진 한국기원]

올해 KB리그 선수 선발식은 감독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사진은포스코켐텍 김성룡 감독.[사진 한국기원]

◆대대적인 선수 이동=올해는 선수들이 대거 팀을 바꿨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국내 랭킹 1위 박정환 9단은 티브로드에서 화성시코리요로 4년 만에 둥지를 옮겼다. 3위 이세돌 9단은 6년간 몸담았던 고향팀 신안천일염에 재지명됐다. 화성시코리요의 신임 감독 박지훈 6단은 “박정환 9단을 뽑아 팀의 전력 상승과 이미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며 “예상했던 시나리오 가운데 최선의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 내친김에 우승까지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국내 랭킹 10위 내에 드는 박영훈 9단(4위), 김지석 9단(5위), 이동훈 8단(7위), 안성준 7단(8위) 등도 새 팀으로 이동했다. 이들이 팀을 바꾼 건 올해로 보호선수 기간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보호선수는 팀별로 최장 3년까지 같은 팀에 남도록 지정한 선수를 말한다. 이외에 보호선수에서 방출된 강동윤 9단(9위), 원성진 9단(10위) 등도 새 팀을 찾았다.

올해 KB리그 선수 선발식은 감독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사진은 티브로드 이상훈 감독. [사진 한국기원]

올해 KB리그 선수 선발식은 감독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사진은티브로드 이상훈 감독.[사진 한국기원]

◆달라진 판도=선수 선발 결과 올해 KB리그의 판도는 지난해와 확 달라졌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우승했던 티브로드는 핵심 멤버인 박정환·강유택 9단을 화성시코리요에 내주면서 전력에 구멍이 뚫렸다. 대신 지난해 정규리그 8위로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지 못한 화성시코리요가 단숨에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또 다른 우승 후보로는 지난해 2위인 포스코켐텍과 3위인 정관장황진단이 꼽힌다. 두 팀은 선수 보호 연한이 남아 소속 선수 대부분을 지켰다. 포스코켐텍의 김성룡 감독은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티브로드에 패해 마음이 많이 아팠다. 선수들이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우승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B리그의 한계=올해도 그랬지만 KB리그가 원래 선수들의 이동 폭이 크다. 아직 프로구단제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KB리그의 선수와 팀은 계약 관계가 아니라서 소속감도 없다. 매년 소속 선수가 바뀌다 보니 팀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바둑 팬들에게 단체전이라는 느낌이 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호선수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부족한 면이 많다. 올해 보호선수는 KB리그 선수 45명 가운데 8명에 불과하다. 국내 랭킹 10위 내 보호선수는 신진서 7단과 최철한 9단뿐이었다. 양건 프로기사회장은 “바둑도 팀과 선수, 지역의 연대감을 높이기 위해 다른 스포츠처럼 프로구단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프로구단제는 정체된 바둑 시장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대장정 시작=올해 KB리그는 다음달 16일 개막식을 열고, 이틀 뒤인 18일에 정규리그를 시작한다. 포스트시즌은 11~12월이다. 올해는 포스트시즌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새로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는 정규리그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올해는 5위까지 진출한다. 또 포스트시즌에는 하루에 한 경기씩 열린다. 지난해는 이틀에 걸쳐 한 경기가 열렸다.

◆KB국민은행 바둑리그

국내 최대 규모 기전. 2003년 6개 기업이 참가한 한국드림리그에서 출발해 2006년부터 KB국민은행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다. 9개 팀이 총 18라운드, 72경기를 벌여 정규리그 순위를 정하고, 상위 5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총상금 규모 34억원, 우승과 준우승 상금은 2억원, 1억원씩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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