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학의 학사마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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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선거를 불과 한달남짓 앞두고 일부 사립대의 학내소요가끊이지 않는 것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2학기들어 학내소요가 발생한대학은 30여개교에 이르고 있고 그중 광주의 조선대를 비롯한 10개 대학은 학사행정이 전면 또는 일부가 마비되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원민주화의 일환으로 제기되고 있는 학생들의 요구도 여러가지다.총장·재단이사장의 퇴진과 재단의 비리 척결이 가장 많지만 이밖에 단과대학의 종합대승격 요구, 교명개정, 학과의 개폐요구도 들어있다.
특히 조선대의 경우 6백여 학생들이 벌써 50여일째 본관점거농성을 벌이고 있어 학생전원의 유급이 우려되는 사태에 이르렀다.뒤늦게 문교부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학교측이 가정학습 기간을 수입일수에 포함시킨다는 편법을 동원, 우선 급한 불은 끌듯싶지만 사태의 근본적 해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9,10월들어 전국을 휩쓸다시피한 노사분규가 그런대로 진정단계에 접어든 지금 유독 대학의 몸살이 계속되는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권위주의적 정권밑에서 일부 사학이 저지른 여러가지 비리가 학생들에게는 못마땅하게 비쳐졌을 수있고 학원자율화외 기류를 타고 문교당국이 종전과 같은 간섭과개입을 하지않는데 따른 「공백기의 진통」이란 측면도 있다.
어쩌면 현재는 학내문제가 주요 요구조건이지만 운동권 학생들이 선거전 막바지에 대규모정치투쟁을 벌이기 위한 준비과정이란 추측도 가능하다.과거 학생운동의 양상으로 보아 학내문제를 둘러싼 소요는 언제건 그목표를 정치문제로 전환시킬 수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정치를 완전히 외면할수 없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본분이 면학이라는 켸켸묵은 설교를 할 생각은 없다.
정치가 대학을 외면할 수 없듯이 대학이 정치를 외면하라는 것은 공허한 주문일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학은 정치의 장이기에 앞서 이 나라의 발전을 앞장서 주도해야할 학문의 장이라는 점이다.학생들이 정치에 열중한 나머지 자신들의 장래가 걸린 대학을 파괴하는 일은 백보를 양보해서 생각해도 설득력이 없고 선후도 맞지 않는다.
학생들의 요구중 수긍이 가는 대목도 물론 있다.우리가 알기에 사학가운데는 학사행정과 재단운영의 비리로 오래전부터 지탄받는 대학이 몇몇은 된다.대학교수들이 도리어 학생편에 서서 학교측의 각성을 촉구한데서도 비리의 정도를 짐작하고 남는다.
대학과 학생의 감정격화로 악화되기만 하는 이같은 분규는 하루빨리 수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스스로가 민주적인학교운영등 과감한 체질 개선을 해야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지만 문교당국이 자율화란 명분을 내세워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대학이 할 일이있다면 문교부가 할 일도 따로 있다.
선의의 중재자로서 분규를 수습할 수 없다해도 지시일변도의 과거와는 다른 방법으로 수습하는 방안은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일정의 순조로운 추진을 위해서 학원의 안정은 필수적인 전제다.이러한 인식밑에서 정부와 대학, 그리고 학생들도 학원문제의 불씨가 될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이미 불거진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물어가기를 당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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