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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희망 담아 ‘아기주민증’ 만들어 드려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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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5일 오후 전북 완주군 이서면의 한 아파트. 우체부로부터 등기우편을 건네받은 김홍균(36)·김선주(32·여)씨 부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봉투 안에 가로 8.6㎝×세로 5.4㎝ 크기의 ‘아기 주민등록증’(사진·견본)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북 완주군, 출산 장려하려 발급 #이달만 65명 발급받는 등 인기끌어 #“원가 500원 … 주민 만족도 높아” #올해부터 셋째 600만원 출산장려금

아기 주민증에는 딸 다윤양이 태어난 지 20일째 되던 날 찍은 사진과 성명·생년월일·발급일 등이 적혀 있었다.

김씨 부부는 지난해 12월 16일 출생한 다윤양의 아기 주민증을 완주군 측에 신청해 이날 전달받았다. 다윤양의 어머니 김씨는 “2014년 첫째 딸이 태어났을 때는 인터넷 업체에 따로 돈을 주고 백일을 기념하는 주민증을 만들어 줬는데 이번에는 군청에서 무료로 발급해줬다”고 말했다. 완주군은 11일 “주민들의 출산을 독려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 중인 ‘아기 주민등록증’ 사업이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완주 지역에서는 김씨 부부의 딸을 포함해 이달 현재까지 65명이 아기 주민증을 발급받았다.

아기 주민증은 만 17세 이상 국민에게 발급하는 일반 주민등록증과 같은 크기지만 법적 효력은 없다. 하지만 부모·자식 간의 애정을 깊게 하고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 기념물로 간직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다.

아기 주민증은 일반 주민증과 달리 분홍색(딸)이나 파란색(아들) 바탕에 아기자기한 별 모양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주민증 뒷면에는 태명과 태어난 시각, 몸무게, 키, 혈액형, 띠, 부모 이름 등이 기록돼 있다.

아울러 아기 주민증에는 자식에 대한 엄마·아빠의 바람을 표현한 항목도 있다. 김씨 부부는 다윤양의 주민증에 “밝고 건강하게 자라렴”이라고 적었다.

완주군에서 아기 주민증을 발급받으려면 출생신고 후 읍·면사무소에 신청서와 함께 아기사진 1장을 내면 된다.

완주군은 이를 취합해 매달 두 차례 아기 주민증을 제작해 등기우편으로 가정에 전달한다. 완주군은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카드 제작기 구입 비용과 주민증 디자인 비용 등 300만원을 투입했다. 완주군 송양권 종합민원과장은 “플라스틱 재질의 아기 주민증 한 장의 원가는 500원 정도지만 부모들의 만족도나 가치는 훨씬 크다”고 말했다.

아기 주민증은 완주군이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꺼내든 고육지책 중 하나다. 연간 출생아 수가 최근 4년째 1000명을 밑돌면서 인구 10만 명 돌파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완주군 인구는 9만5726명이다. 완주군의 출생아 수는 2013년 817명, 2014년 797명, 2015년 915명, 2016년 788명 수준이다.

아울러 완주군은 올해부터 출산장려금 지원도 확대했다. 첫째 아이는 50만원, 둘째는 100만원, 셋째는 600만원을 지급한다. 이는 기존의 지원액 첫째 30만원, 둘째 70만원보다 늘어난 액수다. 셋째 아이 이상을 출산한 가정에는 추가 지원도 해준다.

출산장려금과 별도로 만 6세부터 9세까지 매달 10만원씩 양육비를 지원한다. 양육비 수혜 대상은 올해 1월 1일 이후 태어난 신생아다. 출산장려금 신청은 신생아 출생 1년 전부터 완주에 주소지를 둔 부모에 한해 가능하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아기 주민등록증은 아기 탄생을 기념하고 자녀 출생을 축하하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며 “작은 정성이지만 부모들이 공감하는 출산 지원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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