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총리, 중공서 푸대접|북경공항 도착 때 철도부장이 영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9일 시작된 북한정무원총리 이근모의 북경방문을 계기로 북한∼중공의 미묘한 관계가 또 한번 부각되고 있다.
대외경제사업부장과 교통위원장을 대동한 이의 중공항은 인원 구성으로 봐서 경제사절단의 성격이 농후해 여러 차례 북한이 중공 측에 요청했던 경제협력 문제를 또다시 거론하는데 있는 것으로 방문 목적을 추측할 수 있다.
그 동안 서방부채 상환불능 등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벗어나기 의해 여러 차례 중공의 협조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북한은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도 똑같은 경험을 되풀이할 것 같은 조짐이 이근모의 방문 첫날부터 나오고 있다.
북한총리를 맞이하는 중공의 입장은 우선 이근모의 북경공항영접행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의 정무원총리 취임이래 첫번째』이고 『중공당대회가 끝난 직후의 뜻 있는』 방문이라고 중공당기관지 인민일보가 표현했지만 공항에서 이를 마중 나온 인물은 중공철도부장인 정관근이었다.
수상까지는 안나오더라도 5명의 부수상을 젖히고 지난번 당대회에서 정치국후보위원으로 새로 승진한 정을 공항에 내보낸 것은 의전관계에 정치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는 공산국가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더우기 이근모의 경우 북한 노동당내 서열이 6위인 점에 비하면 중공의 이러한 대접은 순전히 실무차원의 정부대표단으로 간주한다는 속셈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요인들의 해외방문 때 상대국 출영 인사를 모두 나열해오던 북한이 이의 북경도착을 보도하며 마중 나온 인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이런 영접태도는 북한으로서도 달갑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을 끄는 것은 이가 도착하는 날 한국과의 직접무역용의를 밝힌 중공당 정치국상무위원 호계립의 발언이다. 「북한측이 동의할 경우」라는 전제를 달고 또 일본 언론을 상대로 한 발언이긴 하지만 호의 발언은 다분히 북한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이라 해석할 수 있다.
한-중공의 비정치적 교류에 불안해하고 있는 북한총리가 자국을 방문하는 날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공산국가의 생리로 봐 우연이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중공이 협조해야 한다는 상호간의 필요성 때문에 이번 방문이 이뤄지고 있지만 경제정책에 관한 이견이 상존하고 있음은 9일 이근모와 중공당총서기경 수상 조자양과의 첫날회담에서 드러나고 있다. 의례적으로 양국간의 「유례없는 특수한」 관계를 강조했지만 조는 대외개방을 전제로 한 지난 9년간의 경제개혁정책을 강조한 반면 이는 북한의 경제정책만을 강조했다.
이근모가 중공의 개방정책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인민일보는 보도하고는 있으나 기본적인 견해 차이는 상존하고 있음이 양자회담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기본적 인식차이에서 시작되고 있는 이의 중공방문은 중공의 공항영접행사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북한이 희망하는 구체적인 정치·경제적 결실 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김동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