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입증하면 탄탄한 본사 승진길 열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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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호 20면

성장세 가파른 ‘기회의 땅’ 한국

수입차 제조업체에게 한국은 전략적 요충지이자 기회의 땅이다.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2009년 이후 6년 간 두자리수 성장세를이어왔을 뿐더러 고가의 대형 세단이 특히나 많이 팔리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 지사 대표로 호실적을 낼 경우, 승진을 비롯해 탄탄한 앞길이 열리기도 한다.

실라키스 전임 제에거 대표도 #다임러 이사회 멤버로 영전

대표적인 경우가 2013년부터 2년 간 한국에서 근무했던 브리타 제에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전 대표다. 그는 재임 기간 중 승용차 부문 글로벌 14위였던 벤츠코리아를 10위까지 성장시켰다. 이후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그룹 터키 대표로 옮겼고, 터키·한국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승용차 부문 판매 총괄로 승진했다. 공식 직책은 현재 ‘벤츠 글로벌 세일즈·마케팅담당 총괄’로 2019년 말까지 독일 다임러AG 이사회에 참석하게 된다. 최근 독일 언론으로부터 자국 자동차 업계의 ‘파워 여성 10인’으로 선정됐다.

실라키스 대표도 다임러그룹에서 영업의 귀재로 불린다. 1992년 벤츠 그리스법인에 수습사원으로 들어가 24년간 일하고 있다. 특히 2014년 벤츠브라질 대표로 있으면서 판매량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린 실적을 인정받아 2015년 한국으로 부임하게 됐다.

부임 직후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고객이 차량을 부숴버린 이른바 ‘벤츠 골프채 사건’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지만 사과와 보상으로 사건을 빠르게 매듭지었다. 그리고 부임 2년차에 만년 2위에 머물렀던 벤츠코리아를 업계 1위 자리에 올려놨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제에거 전 대표가 딜러망과 조직 관리에 능하다면,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는 친화력과 목표를 향한 돌파력을 동시에 갖춘 실라키스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데 최적”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실라키스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즐겨쓰고, 사무실이 있는 서울스퀘어 근처에서 불고기에 소주를 즐긴다. 올 2월에는 수입차 업계에서 최초로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 회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반면 BMW에는 한국 수입차 1세대인 김효준 BMW 코리아 대표가 버티고 있다. 1995년 BMW코리아 출범 당시 재무담당 상무로 합류한 그는 2000년 BMW그룹 최초의 현지인 사장이 됐고, 2013년에는 본사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로 정년(60세)을 맞은 김 대표는 당초 지난 2월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지만, 독일 본사의 요청으로 임기가 3년 더 연장됐다.

김 대표 뿐 아니라 수입차 업계에는 장수하는 한국인 CEO가 적지 않다.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은 2001년부터,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2003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정 사장은 국내 수입차 CEO 중 유일하게 한국 법인 지분(5%)도 보유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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