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식 달라져 권익 찾을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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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피부색에 대한 선입견이 강한 기성세대와 달리 국제화 조류에 익숙한 신세대가 늘어나면서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조금씩 개선되는 추세다.

그동안 주위의 시선에 기죽어 왔던 혼혈인도 요즘은 당당히 자신의 권익을 되찾는 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예계에선 이미 다니엘 헤니와 같은 혼혈인 스타도 여럿 등장했다. 김준 선수 등 스포츠계에서도 혼혈인의 진출이 늘고 있다. 또 혼혈 1세대는 흑인 혼혈이 많았지만 1990년대부터 대거 등장한 '코시안'은 외모 면에서 토종 한국인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혼혈인에 대한 차별대우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도 있다.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외국인 노동자 인권이 뜨거운 이슈가 되면서 자연히 '코시안'에 대한 정책적 배려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혼혈인 가수 박일준씨는 "최근 국제결혼이 전체 결혼의 10%나 될 정도로 혼혈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혼혈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혼혈인 스스로도 남들과 똑같은 한국인으로서의 권리를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펄벅재단 이지영 간사는 "순수 혈통을 중시하며 혼혈인을 괄시하는 풍토가 차츰 변하고 있지만 미약하다"며 "한국에서 일고 있는 '워드 신드롬'이 사회적 약자인 혼혈인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현미(사회학과) 교수는 "국제결혼이 늘면서 앞으로 혼혈인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순혈주의나 과잉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이를 포용하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종.출신 국가.피부색 등의 사유로 인한 차별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차별금지법'을 올해 안에 제정할 계획이다. 병무청도 병역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최근까지 금지됐던 혼혈인의 군 입대를 가능하게 했다.

권호 기자, 김경현 인턴기자(성신여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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