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럼프 정부 예산안 분석해보니…인프라·사이버 보안 유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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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정부의 첫 연방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방위산업ㆍ인프라ㆍ복제의약품ㆍ사이버 보안 등이 유망 분야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5일 ‘2018년도 미국 대통령 예산안과 대 한국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런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는 이번 예산안이 미국 우선주의, 신보호주의, 전통산업 중시 등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공약을 숫자로 충실히 풀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핵심은 강한 국방과 안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예산으로 전년보다 540억 달러를 증액한 6030억 달러를 제시했다. 불법 이민자 단속, 마약 등 강력범죄 퇴치, 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 장벽 건설 등과 관련한 예산 증액을 요청한 것이다. 반면 국방ㆍ안보 분야를 제외한 모든 연방 부처의 예산안은 전년보다 줄였다. 

반면 환경청(-31.4%), 농무부(-20.7%), 노동부(-20.7%) 예산에 대해선 대폭 삭감을 요청했다. 전체 예산은 올해 1조 681억에서 2018년 1조 654억으로 0.25% 감소하는 데 그쳤다.‘작은 정부’를 추구하기보다는 부처 간 조정을 통한 효율적인 정부에 중점을 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수출 진흥 기능은 축소하면서 다른 나라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적발ㆍ시정하는 무역집행기능은 확대할 계획이어서, 한국 기업에 대한 수입규제 확대가 우려된다. 다만 한·미 FTA 규정에 따라 국경 장벽 건설에 드는 건설장비 및 기자재 조달에는 차별받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 

트럼프는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건설에 3년 6개월 동안 최소 216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내 약 가격 인하를 목적으로 의약품 인허가를 간소화하고 경쟁력 있는 의약품 수입을 확대할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우리 기업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와 사이버 보안 시장 역시 확대가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가 정보통신 시스템 효율화와 사이버 보안 강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부품 등 친환경 관련 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 환경보호청이 운영 중인 50개 프로그램을 없애고, 환경 변화 대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예산도 폐지할 것을 요구해서다. 또 환경보호청 산하 연구개발실 예산도 절반으로 삭감했다.

KOTRA, 트럼프 의회 제출 예산안 분석해 보고서 발간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관련 산업은 어려움 겪을 수도'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트럼프의 예산안이 관철되기 위해서는 국방예산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국방예산이 아닌 다른 예산은 삭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예산관리법을 수정해야 하는데, 민주당 소속 상원 의원 8명의 동의가 필요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산지원본부장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예측하려면 구체적인 숫자가 나와 있는 예산안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기업들은 예산안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 새로운 시장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서 발간의 의미를 설명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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