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음악 방송을 통해 밝고 경쾌한 무대를 선보이는 아이돌 '그룹 하이라이트'가 기존의 아이돌 공식에 반기를 들었다.
비스트에서 나와 장현승 없이 5인 체제로 활동하는 이들은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 지난달 발표된 댄스곡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는 음원 사이트에서 상위권을 다투고 있으며 이별을 다룬 발라드곡 ‘아름답다’의 순위 역시 상승세를 보인다.
이들의 행보는 팬들뿐만 아니라 기존 아이돌 체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완전체’의 의미에 대한 재해석이 가능해졌다. 팬들이 과거보다 완전체에 덜 집착하게 된 대표적인 이유는 멤버 개개인의 그룹을 대하는 태도와 멤버가 개인 활동이 아닌 그룹에 대한 기여도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팬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멤버 한두명이 빠져도 팀워크가 탄탄하고 서로를 아껴주는 멤버들이 그룹을 지켜가는 것을 더 소중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설리의 의욕 없는 태도를 문제 삼았던 팬 중 다수가 설리가 탈퇴한 후에도 여전히 에프엑스를 응원하고 있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완전체의 힘을 무시할 순 없다. 빅뱅, 인피니트, 신화 등 재계약을 통해 오랜 기간 함께 활동하는 그룹의 시너지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라이트의 사례를 통해 완전체보다 중요한 건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 그리고 그룹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멤버들의 모습이라는 것이 팬들의 반응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그룹명에 고집하던 아이돌 공식도 바꾸고 있다. 최근까지는 그룹의 이름은 아이돌이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었다.
아이돌 그룹이 기존 그룹명을 고집하는 그룹명 자체가 무한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이름에 대한 권리(상표권)를 내세우고 투자자가 소속사를 옮기려는 아이돌 그룹에 “기존 그룹명을 그대로 가지고 와야 계약해준다 “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팬들이 바뀐 그룹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로 작용한다.
하이라이트 역시 이전 소속사인 큐브 엔터테인먼트와 그룹명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하이라이트는 비스트가 아닌 하이라이트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돌아왔다.
새로운 이름으로 2막을 연 그들은 모든 걱정을 비웃듯 더 멋있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철옹성같던 아이돌 공식을 하나씩 깨가는 그들의 행보가 아이돌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해본다.
이형진 인턴기자 lee.hyungjin@joongang.co.kr